4.5고전부 시리즈 중 가장 중요한 여섯 번째 시리즈.‘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어감이 좋아서 곱씹게 된다.<멀리 돌아가는 히나>가 번외편이라면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완벽한 본편이다.자신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학생회장 선거에서 표가 전교생 수보다 많이 나온 일을 파헤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역시 크게 관계 없는 일임에도 정의를 내세우는 사토시의 성격도 재차 드러나고 호타로는 말할 것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듯 하면서도 결국 답을 내놓는다.그리고 드디어 거울 이야기가 실렸다.이바라를 포함해 호타로가 같은 중학교를 나온 친구들에게 미움받은 계기인 중학교 졸업 기념 작품인 대형 거울에 관한 이야기다.미술로 상도 몇 번 탄 다카스 아미가 디자인한 대형 거울틀을 각 반마다 분배해서 조별로 각자 조각을 해와서 다 같이 거울을 완성한다는 의미의 졸업 작품이었다.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호타로는 혼자서 조각 하나를 맡아서 수정도 할 수 없게 가장 늦게 제출했고 심지어 디자인을 무시한 채 대충 조각하는 바람에 원성을 샀다.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디자인을 담당한 아미가 전체 조각이 맞춰지고 난 모습을 보고 하얗게 질려버렸고 호타로의 조각을 가리키며 눈물을 터트렸던 것이었다.그 탓에 심지어 같은 조였던 친구들 마저 호타로를 질책했고 결국 졸업한 후 지금까지도 호타로는 모두에게 나쁜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그리고 1년 간 호타로를 보며 편견을 버리게 된 이바라가 거울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모든 내막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중학생 때 영어 선생님이 수업 중 헬기가 좋다고 했던 일, 호타로의 긴 휴일, 호타로가 중학생 때 쓴 달려라 메로스 독후감과 이바라의 만화연구회 동아리에서 일어난 일이 이어지고 마지막에 치탄다의 이야기인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가 나오게 된다.얼마 전 소시민 시리즈 가을 이야기를 읽으며 고전부가 짐짓 밋밋하다고 표현했었다.그 말을 정정해야 한 만큼 확실히 뚜렷하고 강한 이야기들이 있는 책이다.거울 이야기는 너무 좋아서 일찍이 실린 미스테리아 8호를 구입할 정도였다.그런 거울 이야기와 함께 마치 테마처럼 과거에 살짝 기댄 이야기들이 펼쳐진다.영어 선생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건지 본 기억이 난다.앞서 학교 축제에서 발생해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만화 연구회 내부의 분열을 두고 이바라의 선택은 묘하게도 평온함을 준다.주로 이바라가 회자일 때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따금 보여지는 동요나 다급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도감으로 바뀌는 순간, 역시 고전부다 싶다.한편 치탄다의 이야기는 과연 ‘멀리 돌아가는 히나’의 속편이라 할 만큼 정확히 이어진다.꾸준히 설명되었던 치탄다 가의 위압감과 치탄다가 짊어지고 온 짐, 그리고 합창대회 날 갑자기 사라진 치탄다, 닫히지 않고 끝나버려 묘하게 긴장감을 남긴다.개인적으로 좋은 편은 긴 휴일이고 호타로의 이야기이니 당연히 중요하지만 아마도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마지막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가 클 거다.호타로의 긴 휴일은 마침표를 찍어 줄 사람을 찾은 듯한데 치탄다는 어떨지 알 수가 없다.아무튼 다음 권은 또 기약이 없다.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두 시리즈를 이렇게까지 팽팽하게 유지하는 작가에게 다시 한 번 놀란다.재밌어서 좋고, 좋아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