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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4.2
사람이라면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회사, <주식회사 히어로즈>다.
주인공 다나카 슈지는 성실하지만 소심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물로 모종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편찮으신 외할아버지의 병문안을 다녀오느라 근무를 조정하게 되어 같은 알바생인 다쿠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그런 다쿠가 건넨 일주일 간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슈지는 한 허름한 건물에서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사장과 대면하게 되고 직원인 미치노베를 따라간 호텔에서 자신이 이제껏 좋아하던 만화가 도조 하야토를 만나 포효하는 그가 진정되는 걸 돕게 된다.
그렇게 일주일 간 스트레스를 절규로 풀어내는 도조 하야토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 선물로 슈지 자신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명함을 받으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히어로즈의 존재를 알게 된 얼마 후 삼각김밥을 떨어뜨린 손님에게 새것으로 교환해주며 다쿠와 시시덕거린 날, 슈지는 히어로즈에서 정직원이 될 마음이 있다면 면접을 보러오라는 전화를 받는다.
편한 차림으로 오라는 말에 정말 편하게 입고 간 면접장에서 일주일 간 얻은 것을 내어놓으라는 질문에 명함과 뒷면의 캐리커쳐를 꺼내 대답한 면접을 마치고 슈지는 어리둥절하게도 히어로즈에 입사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히어로 프로듀싱, 정작 하는 일은 매니저에 가까운 히어로즈라는 회사에 대해 슈지는 조금씩 알아가면서 애정을 쌓아간다.
입장까지 3시간이 걸리는 인기 있는 파이가게 역시 히어로즈의 작품인 걸 알게 되고, 자신과 전혀 다른 미야비라는 존재를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모든 것을 잘 해낼 듯 유능해보이는 미치노베도 재능의 신이 자신에게 온 적 없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되며 슈지는 점차 변해간다.
첫 의뢰였던 인기 여배우 다사키 마이가 작품을 위해 평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며 누구보다 평범한 자신의 위치와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미야비의 아픔, 도조 하야토의 절망 등 모든 시간을 통해 성장하며 다시 외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두려웠던, 여전히 겁쟁이인 슈지에게 되찾은 외할아버지와의 추억은 맨 손으로 매미를 잡아주던 외할아버지가 자신의 첫 번째 히어로였음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외할아버지의 말 끝에는 그러나 행복했다는 말이 있었고 모든 걸 그만둔다는 말 끝에는 또 다른 시작이 있다.
몇 달 전 목격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한 초등학생의 사고와 최근 보게 된 손수건을 찾는다는 전단의 실체를 알게 되고, 슈지는 무감했던 과거와 상처를 벗고 다시 새로운 히어로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간다.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 같았던 슈지에게 만화처럼 선이 굵어지고 색이 입혀진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작가는 자신에게 라이트 노벨이란 ‘아무튼 재미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화를 글자로 만든 것처럼 재미에 특화된 소설, 내가 느낀 라이트 노벨 감상과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이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마치 코미디가 섞인 휴머니즘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내 인생의 히어로나 일상의 히어로는 그리 특별한 소재는 아닌 것 같지만 캐릭터나 메인 소재는 눈에 띈다.
인물들의 사연이 어떤 터닝 포인트나 역전되는 순간 없이 너무나도 짧게 지나가버리는 것과 다소 적은 에피소드, 이야기의 분배 면에서 내용이 잘 이어지지 않고 흐름이 끊기는 점이 아쉽긴 하다.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중 뭐 저런 제목이 있나 생각했던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가 작가의 전작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현청 접대과>와 <세 마리 아저씨>의 아리카와 히로가 연상되었다.
밝고 유쾌한 이야기 좋으니까 전작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재밌으니까 딱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