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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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미국의 역사적인 흑인 노예 해방조직 지하철도, 즉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얽히게 되는 한 흑인 소녀 코라의 이야기다.

코라의 할머니인 아자리가 노예로서 여러 번 팔리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마지막까지 머무르게 된 조지아의 랜들 가에서 코라의 엄마인 메이블이 태어났고, 대를 이어 코라가 태어났다.
아자리가 겨우 물려준 반 평도 안 되는 밭이 모녀의 전부였고 메이블이 코라를 두고 떠난 날 이후 코라는 모두에게서 스스로 그 땅을 지켜내야했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 지내는 호브로 쫓겨나며 자신의 땅을 뺏으려는 사람들에게 들개처럼 달려들어 외톨이가 된 코라에게 어느 날 시저는 함께 떠나자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끔찍한 고문과 벌이 기다릴 것을 알기에 코라는 제안을 거절한다.
제임스, 테런스 형제가 반반 나누어 관리하던 목화 밭에서 어느 날 코라가 아끼던 체스터가 체벌을 당하고, 나서서 그를 보호하는 바람에 코라는 테런스에게 찍혀버린다.
설상가상 제임스가 갑작스레 사망하고 전부 테런스의 소유가 되어버린 뒤 도망자를 심지어 불에 태우기까지 하는 등 그의 잔인함이 극에 달하자 그제야 코라는 시저의 말에 따르기로 한다.

예상치 않게 자신을 쫓아온 친구 러비까지 끼어 셋은 몰래 그리고 신속하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곧 사냥꾼들에게 잡혀 러비는 도로 끌려가고 코라는 졸지에 살인자가 된다.
시저에게 믿음을 주었던 플레처를 찾아가 겨우 지하철도의 역장 럼블리와 만난 그들은 생전 처음 기차를 타고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향한다.
베시라는 새 신분으로 살게 된 코라와 시저는 그곳의 역장인 샘과 친해지고 흑인과 백인이 자연스레 어울리고 함께 생활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적응하며 기차를 타고 다시 떠나는 것을 계속해서 미룬다.
몇 달 뒤 바텐더인 샘을 통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흑인을 위한 병원을 열고 피임을 강요하는 것이 흑인 인구 감소를 꾀하고 그들에게 매독의 반응을 실험하는 프로젝트이며 도시 전체가 공범임을 알게 된 그들 앞에 잊혀졌던 노예 사냥꾼이라는 존재가 다시 나타난다.

리지웨이는 가장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으로 수많은 노예를 잡아 현상금을 챙겼지만 단 하나 찾지 못한 메이블의 존재가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맴돌았고 이번에는 그 딸이 타겟임을 알고 코라를 무섭게 쫓아왔다.
겨우 겨우 지하철도로 숨어들어 혼자 도망친 코라는 이미 들켜버려 끊겨버린 기차를 한없이 기다리고 우연히 지나가는 기차를 얻어타 노스 캐롤라이나로 이동한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와는 정반대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는 흑인을 배척하고 그 증거로 자유의 길 앞에는 무수히 많은 흑인의 시체가 줄지어 걸려있었다.
흑인은 물론 그를 숨겨주는 것만으로도 죽임을 당하기에 이곳의 역장인 마틴과 부인 에설 역시 코라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갈 곳 없는 코라를 위해 겨우 다락의 좁은 공간을 내어주고 절대 들키지 않게 소리내지 말고 나오지 말라 한다.
창문으로 흑인을 증오하고 배척하는 연설을 들으며 코라는 점점 말라가고 아프기까지 하는데 마침 하녀의 고발로 불시에 방문한 순찰대에 의해 코라의 존재가 들키며 마틴 부부와 코라는 처형대에 오른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리지웨이는 코라의 소유권을 주인에게 돌려주겠다며 코라에게 사슬을 채우고 다시 조지아로 향한다.

리지웨이는 코라를 데리고 조지아로 곧장 가지 않고 다른 노예들을 또 잡아들이며 여정을 이어가고 흑인 소년인 마부 호머와 보스먼과 함께 테네시에 머무른다.
이제껏 리지웨이 일행과 익숙해진 코라는 그곳에서 새옷과 새신을 받게 되고 또한 자유인을 보게 된다.
수없이 도망치기를 시도했지만 늘 잡히면서 맞는 바람에 리지웨이에게 공포를 품게 된 코라는 그럼에도 여지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잡힐 뻔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세 남자의 도움으로 코라는 어쩌다 보니 탈출에 성공한다.
자신들의 이름을 로열, 레드, 저스틴이라 밝힌 셋은 코라를 지하철도에 태워 인디애나의 밸런타인 농장으로 이끈다.
밸런타인 부부가 자신의 재산으로 흑인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 그곳에서 코라는 자리잡고 생활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구해준 로열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으며 코라는 책을 읽고 만찬을 즐기면서 매일을 꿈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너무나도 커져버린 흑인들의 천국을 아니꼬워 한 백인들은 어느 날 농장을 향해 총탄을 날리고, 로열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 그곳에서 코라는 마치 악몽처럼 리지웨이와 대면한다.
자신이 안내한 유령철도를 통해 지하철도가 드러나게 될 위기에 처한 코라는 몸을 던져 리지웨이를 누르고 터널을 향해 홀로 나아간다.

너무나도 다양한 인물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곡절들이 그리 많지 않은 페이지 속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할 말은 줄이고 그저 마음에 새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실증이고, 그렇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글 전체가 소리친다.
겪어보지 못한 일에 감히 뭐라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안타까움 하나, 그마저도 주제 넘을까봐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내용 자체를 떠나서 번역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인물이 워낙 많이 등장하는 탓도 물론 있을 테지만 가장 문제는 한 인물을 자기 마음대로 섞어 부르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앞부분에서 아자리가 코라의 할머니와 동일인물이라는 걸 꼭 그렇게 어렵게 써야 했는지, 왜 자꾸 헷갈리게 호칭을 통일하지 않는 건지 그런 면에서는 너무나도 불친절한 책이다.
내용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다른 것들이 너무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서 넘어가지가 않는다.
문장만 좋았으면 더 내용이 잘 들어왔을 텐데 정말 아쉽다.

전설처럼 딸을 버리고 홀로 떠나 자취를 감춘 메이블은 새로운 땅에서 꾸준히 행방을 묻는 코라 앞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캐나다로 떠났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코라를 행운의 부적처럼 만들어 결국 탈출을 이끈 엄마 메이블이 밉고 이해할 수 없어 코라는 당장이라도 찾아가 따지고 싶다.
에설과 시저의 이야기도 먹먹하고 물론 필수적인 요소지만 엄마인 메이블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부분은 생소한 지점에서 맥이 풀리게 만든다.
그로 인해 이야기는 공허함을 남기는 반면 살아남은 코라를 더욱 부각시키고 결국 모두의 삶이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특별한 코라의 이야기로 모두가 같을 수 없음을 의미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음을,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안다.

길고 긴 여정 끝 결말은 열려있다.
코라가 어떻게 될 지, 때론 알지 못하는 게 최선일 때가 있다.
상상할 수 있지만 상상하지 않고 마치려 한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조직을 처음 접한 작가가 상상한 지하철도와 기차 이미지, 그러나 이름만 레일로드였단 걸 알게 되고 실제 기차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며 쓴 이야기다.
정말 모든 게 상상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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