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어느 날부턴가 사토코의 집에 계속해서 말 없는 전화가 걸려온다.침묵이 이어지다 끊기기를 수 차례 반복하던 전화의 끝에 유령 같은 목소리가 내놓은 말은 아이를 돌려달라는 것이었다.사토코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부모님의 채근에 간 난임 병원에서 남편이 무정자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돈과 시간을 들여 난임 시술을 받기를 여러 해 지속하며 부부는 지쳐가고 사토코는 결국 그만하자는 말을 건네며 아이를 갖는 일에 단념한다.무심코 나오던 뉴스에서 특별 양자 결연을 접하게 된 사토코 부부는 고민과 설득 끝에 입양을 결심한다.그렇게 6년 전 아이를 만났고 그제야 둘에게 어둠이 개고 아침이 왔음으로 아이의 이름을 아사토라고 지었다.아이를 돌려주거나 아니면 돈을 내놓으라는 전화 후 상대방과 만나게 된 사토코 부부는 자신을 아사토의 생모라 주장하는 여성에게 누구냐 묻는다.6년 전 아사토를 만나며 함께 보았던 생모 히카리는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아이를 잘 부탁한다 말했었다.아사토를 자신들에게 선물해 준 히카리를 사토코 가족들은 히로시마 엄마라고 부르며 존중하고 감사해왔다.아이를 잊지 않겠다며 편지를 주고 간 히카리가 아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여성과 동일인물일 리 없다 생각하는 부부는 아사토의 입양 사실은 협박거리가 되지 않음을 말하고 여성은 조용히 돌아간다.한달 뒤 사토코네 집에 들이닥친 경찰은 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성이 절도 혐의를 받고 있고 현재 실종되었음을 전하고 아는 사람인지 묻는다.아득해진 사토코가 여성의 정체를 묻자 경찰은 여성의 이름이 히카리라고 답한다.책은 히카리의 가족과 아사토의 가족을 통해 전혀 상반된 가족 이야기를 보여준다.피로 맺어졌지만 서로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가족,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고 믿어주는 가족, 두 가족이 만들어낸 결과를 히카리와 아사토라는 존재를 통해 극명히 대비시킨다.마냥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다.히카리의 이야기는 특히 너무도 어린 나이로 시작되어버린 탓이지만 어쨌거나 지나치게 어리석고 답답하고 막막하다.아이가 잘못되는 건 부모의 탓이라 한다.히카리가 그렇게 된 것 역시 부모로부터 시작되었다.육아와 양육이라는 게, 부모가 된다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나날이 깨닫는다.부모가 될 생각이 없는 나조차 스스로 부모의 자격을 묻는데 부모가 될 준비가 전혀 안 된 누군가는 어째서 아무런 고민도 없이 덜컥 부모가 되어버렸을까.왜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어 마주해버렸는지, 무섭다.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분명 곤란하고 위험한 일인데 어째서 그렇게 당연히 여겨지는지, 쉬워서는 안될 일이 쉽게 되어버린 결과로 히카리 같은 아이들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는지, 선택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끝도 없이 이어질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주제다.반면 아사토는 얼마나 사랑스럽게 묘사되는지, 부모가 된다는 일의 무게와 동시에 그 가치를 고스란히 전해준다.명암처럼 분리되었던 둘의 이야기가 합쳐지는 후반부가 약간 과장되어버려서 흐름이 깨지긴 했지만 드라마로 치면 그리 튀지 않는 전개이긴 할 거다.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니 이해가 간다.참 배열을 잘 하는 작가 같다.빠짐 없이 군더더기 없이 골고루 들어 찬 이야기들이다.포근하다.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