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봇 - 어느 집사 로봇 이야기 이상의 문학
정창영 지음 / 이상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3.5
2022년 2월 22일 출시된 남성 집사형 인공지능 로봇인 바봇의 2026년의 일상을 담은 책이다.
바봇은 로봇들의 욕으로 말하자면 인간질스러운 첫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중고 상가에서 초기화되기 직전 희원에게 거둬졌다.
희원의 집에서 바봇은 희원의 생활을 보조하며 고양이인 네오를 돌보고 희원이 잠들면 로봇들의 비밀 클라우드 RRPt에 일상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티모스폴리스라는 사이버 도시에 접속해 인간 아바타로서 인간 체험을 한다.
매일같이 네오에게 무시당하고 전기를 줄이라며 홈첵에게 잔소리를 듣는 일상을 반복하며 바봇은 종종 일어나는 셧다운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걱정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DJ인 주인 대신 디제잉을 하며 주인보다 더 큰 인기를 끌게 되었지만 모든 돈을 뺏기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노란잠바로 인해 바봇은 드디어 기계인간의 노동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야기는 일상을 벗어나 아마도 이 책의 주제인 기계인간권을 향해 나아간다.

노란잠바의 등장을 전후로 이야기는 극명히 나뉘어진다.
불평과 넋두리로 가득찬 바봇의 일상과 기계인간의 권리를 주장하며 투쟁하려는 움직임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이질적이다.
철학을 좋아하는 로봇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고뇌없이 생각만 늘어놓기 바쁘던 주인공이 마치 다른 존재처럼 뜬금없이 등장하는 주제에 대해 원론적인 고찰을 토로하며 심지어 4만 대의 로봇에 선두로 서기까지 한다.
이야기의 흐름은 그저 정해진 곳으로 가기 위해 시공간을 초월한 듯 하고 개연성은 찾기 힘들고 주제를 떨어뜨리기 무섭게 할 일을 다했다는 것처럼 급 끝나버리기까지 한다.
앞 부분의 로봇의 일상 또한 로봇인 척 인간이 쓴 게 너무나도 분명해 재미가 없고 고작 10년도 안 남은 이야기에 주구장창 등장하는 2000년대는 머물러있는 시대가 2026년이 아님을 아주 잘 드러낸다.
그로 인해 작위적인 느낌만을 남기고 소재 만으로 흥미를 돋우던 첫인상을 와장창 깎아내린다.
기계인간의 권리를 되찾는 투쟁은 이제껏 인간과 로봇의 대립에서 늘 보여주던 인간의 시점이 아닌 로봇의 시점에서 나오는 이야기라서 일상을 제치고 이 부분을 더 깊게 다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마치 가정주부가 갖은 핍박에 가출을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더 공감되게 그릴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후반부의 세계기계인간권선언 부분부터 이야기가 확 터지면서 급물살을 탔을 것 같은데 참 아쉬운 부분이 많은 책이다.
짧은 기억력은 무엇이 이 책에 대한 흥미를 일으켰는지 답을 내지 못한다.
다만 기다리던 책이라 더욱 아쉽고 가볍게 보고싶었던 만큼 표지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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