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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책 ㅣ 민음사 외국문학 M
E. O. 키로비치 지음, 이윤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4.3
책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피터 파커가 하나의 제안서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꼭 자신을 지명한 듯이 자신이 이 글을 읽을 유일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제안서에는 본인의 이름은 리처드이며 오래 전 그가 얽혔던 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몇 달 전 불현듯 알게 되었고 그 진실을 밝힌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동봉된 원고 샘플에는 리처드가 로라를 만나고 와이더 교수와 어울리게 되었고 그 집에서 일하게 되며 데릭을 알게 된 것, 와이더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와 로라와의 사랑, 질투를 포함한 그 간 본인이 느낀 감정들과 합리적인 의심 등 그 모든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와이더가 살해당한 날 밤까지 담겨 있었다.
로라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와이더와 함께 그의 집에 있다는 의심을 품은 채 리처드가 와이더의 저택으로 향하는 것으로 원고는 끝난다.
나머지 원고를 읽고 싶다면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긴 제안서를 보며 피터는 흥행을 예감하고 이 글을 꼭 출판하리라 다짐하며 리처드에게 연락한다.
계속해서 답신이 없어 직접 찾아 간 리처드의 집에서 그가 폐암으로 입원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원고에 대해 전해달라고 말하며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리처드는 사망하고 남겨진 원고는 나타나지 않는다.
미제로 남은 유명 심리학자 와이더 살인사건, 리처드가 남긴 진실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그렇게 피터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전직 기자였던 친구인 존 켈러에게 원고에 대해 말하며 와이더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것을 의뢰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 존은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부터 원고에 등장했던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당시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까지 만나가며 차근차근 사건을 파헤쳐간다.
로라에 대한 의심이 주를 이루며 조사가 이루어지던 차에 존의 여자친구 샘이 이별을 고하고, 그로 인해 존은 흥미를 잃고 사건 당일 로라의 거짓 알리바이, 와이더의 미발표된 책과 로라의 책 서문의 동일함, 데릭의 증언 등을 조합해 정황상 로라가 리차드를 꼬여 내 와이더를 죽이고 와이더의 책 원고를 훔쳤다는 시나리오를 피터에게 주며 사건에서 빠지기로 한다.
몇 개월 뒤 모든 걸 잊어가던 존이 당시 경찰에게 받았던 조사 내용을 돌려주려고 전화하자 전직 경찰인 로이 프리먼은 뜻밖에 범인이 자백을 했고 로라가 아니었다는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존을 만난 뒤 스스로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우연하게 친구가 일하는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가 자신이 알려진 7명 이외에 와이더 역시 죽였다고 말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를 찾아 가 그가 와이더의 실험에 이용되어 정신병원에 갇힌 앙심으로 보복 폭행을 했으며 살인의 의도는 없었고 때리기만 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로이는 그와 다른 한 사람의 증언에서 일치하지 않는 의문을 발견하고 끝내 진실을 밝혀내기로 한다.
“피카소가 범죄소설을 쓴다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서평에 꽂혀 빌려온 책이었다.
결론은 피카소라고 보기에는 결코 입체적이지 않다.
리처드의 원고를 기반으로 기억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삼은 이야기다.
와이더가 연구하던 기억의 편집은 이 소설의 중심이 되어야 했다.
와이더의 연구를 그대로 가져 간 로라를 계속해서 남기고 범인으로 몰아 세우기까지 하면서 그저 매력적인 여자, 둘 중 한 명은 훔친 거겠지 라는 식의 결말을 주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자체적인 기억의 편집은 결국 모두에게 해당되었지만 아무도 그걸 알지 못했고 거기엔 누군가의 음모까진 아니어도 비밀조차 개입되지 않았다.
결국 로라는 그저 미스테리한 인물로 소비된 거고 서로를 오해하게 만든 범인은 제 3자, 그리고 알던 모든 것은 거짓에 불과한 것이었다.
별 거 아닌 일에 자신이 엮이면서 기억은 부풀려졌고 그 사건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인상이 변질된 것, 그 뿐이었다.
그러니까 심심했고 그러니까 피카소는 아니었다.
소재 자체가 그리 재밌어 보이진 않았지만 2부까지는 흥미진진했는데 와이더의 실험으로 인한 부작용의 방향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바람에 김이 샜다.
추리소설에서 뜬금없이 제 3자의 등장이라니 이건 반칙이다.
이 책이 살인사건의 진실이 아닌 서로가 알고 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이건 너무한 결말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아쉽다.
그들 모두가 상황을 잘못 알고 있었다. 그리고 창 너머로 진실을 파악하려 했지만 자신들의 집착밖에 확인하지 못했다. 그들의 창은 사실 언제나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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