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도미노 오늘의 젊은 작가 15
최영건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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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연주는 할머니인 복자의 부탁으로 현석의 집으로 향한다.
복자와 늘그막에 서로 의지하며 살기 위해 현석이 아파트로 짐을 옮기려는 날 도우려는 손님이 찾아왔음에도 아들 내외는 거리낌 없이 외도를 주제로 큰 소리로 싸움을 벌인다.
삽시간에 불청객이 된 연주는 원균, 소현 부부의 갈등과 현석의 노여움이 공존하는 집 안에서 압박감을 느낀다.
연주의 부모가 사고로 죽고 어린 연주를 키워온 복자는 끊임없이 그 완고한 눈빛으로 연주를 억누르고 마구 휘둘러왔다.
연주는 그렇게 존재감이 없는 채로 휩쓸리고 삐걱거리며 살아 오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다.
연주의 죽음 이후 두 계절이 지나 현석도 조용히 죽음을 맞고 복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연주의 카페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고 그 곁을 소현이 지킨다.

전지적 작가 시점일까 3인칭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요란한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은 저 편에만 존재한다.
그리하여 무미건조하고 일률적인 감정으로만 뒤덮인 책은 연주의 죽음 이후 이야기의 중심이 될 화자를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초점을 옮긴다.
연주를 떠나 원균의 외도 상대인 해정, 연주 애인인 병식의 동업자인 태영, 그리고 소현의 이야기까지 한 바퀴를 돌아낸 책은 다음을 소현의 딸인 소녀에게 넘기며 끝난다.
주인공이 되어 가던 연주는 결국 무엇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채 죽어버렸고 불필요한 인물들의 사연들과 감정들은 이야기를 어지럽힌다.
오로지 연주의 편에서만 움직이던 공기 도미노는 그 이후 움직임을 멈추었고 남겨진 이야기는 그저 방치된 것으로만 보인다.
완성되지 못한 도미노는 파급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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