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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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책을 읽다 보면 자꾸만 비슷한 이야기를 찾게 된다.
주로 전개 방식이나 인물 특성 같은 걸로 책 전반의 분위기를 보는 편인데 비슷한 분위기의 이야기는 같은 색으로 묶이기 마련이다.
이야기가 끝나면 나름대로 평가되어 있는 머릿 속의 서열들 중 지레짐작으로 그 주변 어딘가에 놓아두고 책을 덮는다.
제목을 보고 퍼뜩 내용을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잊고 살다가 비슷한 책을 만나면 또 언젠간 생각나겠지.
이 책은 내 마음대로 붙인 청춘 미스터리라는 갈래에 들어갈 텐데 대표적인 예로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고전부 시리즈가 있다.

신은 이른 고교 합격으로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한가로운 중3이다.
카레집을 하는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들른 은행에서 우리 집을 주제로 한 초등학생들의 전시를 보게되는데 그 속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 하나를 발견한다.
다른 그림과 달리 서툴게 전시되어 있는 그림 속 고성은 누가 봐도 어른이 그린 듯한 솜씨로 잘 그려져 있어 신의 시선을 끌었고 창구로 가 업무를 마친 뒤에 다시 본 그림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밟힌 후였다.
묘한 느낌을 받은 신은 그냥 가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다 결국 그림을 주워 집으로 가져온다.
그날 밤 그림을 바라보다 신은 그림 속으로 빨려가는 느낌을 느끼고 며칠의 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그림 속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그림에 자신을 대신할 무언가를 그리면 그것을 통해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그림 실력으로는 몸의 균형도 못 맞춰서 그림 속에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기에 그림을 잘 그려 상도 몇 번 받았지만 성격 탓에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시로타에게 그림을 들고 찾아간다.
그리고 시로타 역시 그림에 빨려드는 경험을 하고 둘은 고민 끝에 그림 속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시로타가 그려 준 산제비가 되어 시행착오 끝에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 신은 날아다니다 성 안에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구출해주기 위해 시로타가 인간의 모습을 얼른 그려주길 바란다.
시로타는 그림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인간 형상은 안 된다며 거절하다 지나친 괴롭힘으로 상처를 입자 포기하는 심정으로 둘의 모습을 그림 속에 그려 함께 들어가기로 한다.
혹시 나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안전장치까지 설치한 후 그림에 들어간 둘은 그림 속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휴대폰 번호까지 건네 받은 둘은 남자가 설치해 놓은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게 되고 현실로 나오자마자 기진맥진해 쓰러지게 된다.
자신을 파쿠라 칭하는 남자와 현실에서 만나 이야기한 결과 그림은 들어오는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으며 세계를 유지하는 듯 하고 그로 인해 들어갔다 나오면 일시적이지만 신체적인 손상까지 입는다는 것.
파쿠가 페가수스로 자신을 그려 세 명이 동시에 접속한 날 신과 시로타는 그림이 자신들을 거부하는 느낌을 받고 나가려고 할 때 자신을 괴롭히는 인물의 얼굴을 가진 뱀과 원숭이의 환상을 발견한다.
겨우 현실로 돌아와 파쿠를 꺼낸 뒤 쓰러졌고 정신을 차린 후 파쿠가 꺼낸 말은 성 안에 있는 소녀가 10년 전 실종되어 행방불명된 9살 이온이라는 것이었다.

별 기대 않고 빌려온 책인데 꽤 재밌어서 금방 읽었다.
실종, 가정폭력, 왕따 같은 문제들이 나오는데 해피엔딩이라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고 가해자들이 반성하는 게 아니었다.
가해자는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벌을 받지도 않았고 정말 변한 건 없지만 그 작은 손길로 한 사람의 인생이 구해진 셈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성장소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되어 다른 인생을 살아 갈 청춘들의 소설은 이상하게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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