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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소설
하세 사토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4.5
책은 주인공 사만다 워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2084년 미래의 과학은 상상만큼 발전되지 않아서 여전히 사람들은 아픔을 느끼고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과학 기술로 인한 이득은 분배되지 못해 값 비싼 형태셀과 전통옷을 입는 사람들이 나뉘어 있고 그들 모두에게 평범한 것은 저작권이 끝난 무료 소설 정도다.
인공신경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뉴롤로지컬 사의 개발자이자 창업자인 사만다는 IT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격체 wanna be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ITP란 간단히 말하면 모든 행동과 감정까지 포함한 인간의 뇌의 반응을 전부 신호화한 것으로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들을 하나의 시그널로 간단히 보여준다.
이를 이용해 인격을 만들어 이름을 부여한 인공지능이 wanna be였고 ITP의 실효성을 시험하기 위해 사만다는 그에게 소설이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수행 중 사만다는 자신에게 불치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책이라 조금 버거웠다.
ITP와 미래에 대한 묘사는 지겹도록 줄기차게 서술되고 사만다와 그의 동료들의 대화는 너무나도 전문적이다.
이해하기 힘들 만큼은 아니지만 어려우니까 확실히 재미는 덜하다.
사만다와 죽음, 그리고 wanna be.
세 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인공지능이 쓰는 소설은 이야기의 중점은 아니지만 wanna be가 사만다와 대화하고 끝내 교감하면서 진화된다.
사만다의 미래를 포기한 가치관은 자신에게 인체 실험을 감행할 만큼 무디고 둔하다.
죽음을 앞둔 사만다는 부정과 분노를 겪으며 때로 폭주하고 아프기를 반복한다.
점점 말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수치심 같은 것들을 잃어가면서 사만다는 wanna be와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정해진 죽음을 맞았다는 결말.
파트 별로 주어지는 임팩트가 묵직해서 그리 재미 있지 않음에도 책을 덮지 않게 만들고 전문적인 용어들과 현실성 있는 대화들은 2084년의 가상 세계를 견고하게 그려낸다.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영화 her이 생각났는데 영화에서는 인공지능인 사만다가 이 책에서는 반대로 개발자의 이름으로 나오는 게 흥미로왔다.
미래에는 모든 질병이 해결되었다는 가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인공장기 이식에 따른 자가 면역 질환이라는 다분히 현실성 있는 설정 또한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현재 모종의 불치병 묘사보다 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식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레미제라블을 읽고 훔친 빵의 섭취에 대한 감상을 남기던 인공 지능이 죽음을 생각하기까지의 발전 과정도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인공지능끼리 인간이 모르는 은어를 만들어 대화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예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다른 의미에서 꽤 좋은 소설이라서 끝까지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