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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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정유정 작가의 소설 중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가 결정된 책이다.
<28>은 읽었던 상황이나 여러 가지가 몰입을 도왔지만 그럼에도 약간 산만했고 큰 이미지만 남아있는 정도였는데 이 책은 발매됐을 때부터 <7년의 밤>과 비교하는 글도 제법 있을 만큼 분위기가 달라서 꽤 기대했었다.

싸이코패스인 주인공의 입장에서 쓰인 이야기다.
악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초반에는 그 혼란스러운 감정 그대로 이끌고 가기에 섣불리 판단할 여유를 주지 않았는데 점점 갈수록 주인공임에도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만약 그가 주장한 것이 진실이고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인지, 혹은 역시 그의 말은 거짓이고 그는 싸이코패스라는 결함을 갖고 태어난 선천적 범죄자이기 때문인지, 한유진이라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그 기원에 대한 의문.

싸이코패스라는 말은 특히 살인사건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인데 선천적인 뇌의 결함과 후천적인 환경 등이 원인이라고 들어왔다.
대부분의 유명 살인마들은 그러한 성향을 갖고 태어났고 주로 관리받지 못하고 폭력 등 불우했던 가정 환경이 그것을 촉발시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의 감정에 대해 알지 못하고 무엇이 옳고 나쁜 행동인지 모르기에 일찍 발견한다면 기본적으로 영리하기에 꾸준한 학습으로 인해 마음을 숨기는 교정은 가능할 것이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모르지만 드러내지만 않고 계속해서 도움을 받으면 평생을 숨기면서 살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신 의학계의 AIDS 같은 느낌.

모르겠다.
정신병의 세계는 참 복잡해서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가 없다.
정신과 심리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은 계속해서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
그래서 정유정 작가의 책에는 그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들이 꾸준히 드러난다.
난 그렇기에 계속 읽는 지도 모르고.
정유정 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매번 후반부와는 전혀 다르게 거의 반에 가까운 초장 부분이 너무도 안 읽혀지는 게 큰 진입 장벽이었는데 이번엔 괜찮았다.
생각해보니 <28>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7년의 밤>이 줬던 것 만큼 막힌 부분이 술술 걷히며 마구 내달리는 만큼의 추진력은 주지 못했지만 꾸준한 템포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재난 현장과 살인 현장 같은 자신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느낌이니까.
결말과 소재가 주는 찝찝함은 남지만 영화도 기대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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