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4.2
단편은 확실히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짧은 분량 안에 감탄스럽게 모든 것을 담아낸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한 탓이기도 하고, 좋은 이야기일수록 더 오래, 길게 보고싶다는 욕심 탓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예 안 보는 건 아니고 단편집 아닌 양 둔갑한 모습에 속아 한 번씩 보게 되면 다 읽고 나서 에이 단편이었네 하고 넘기는 정도.

이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또한 단편이다.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유독 인상깊은 책들은 거의 단편인 듯하다.
이 책은 각 이야기 간에 전혀 연계점이 없는, 내 기준에선 완전한 단편집이다.
세 이야기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미스테리라는 것과 우타노 쇼고라는 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책 제목과 동일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명탐정과 그의 조수가 눈 덮인 산장에 가서 겪은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를 담고 있다.
두 번째는 한 종교와 관련된 폭파사건의 주범들이 외딴 섬에서 고립되어 살아가게 된 이야기인데, 마지막의 생존자 한 명이 누구일지 기록과 보도에 따라 추리해가는 과정이 기발하다.
마지막은 관, 시체가 들어가는 관이 아닌 무도관 할 때의 그 관에서 추리동호회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
사건과 게임의 판은 대단했는데 결말은 예상한 만큼 허무했다.
그래도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즐거웠다.
앞의 두 이야기는 악의와 독이 가득차있는데 반해 마지막은 유쾌했다.
두 이야기가 내가 버거워하는 느믈거리는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함을 담은 이야기라 더 세 번째 이야기가 좋았다.
하지만 임팩트는 역시 두 번째 이야기가 압권.

가벼운 이야기다.
쉽게 읽혔지만 조금은 찝찝한 결말들이었고 그럼에도 많이 남지 않아 아쉽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어야 하겠는데 아무래도 <A씨에 관하여>에서 이미 스포 아닌 스포를 밟아버린 느낌.
반전으로 유명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알고 나면 무슨 재미로 보나 싶어서 계속 미루게 된다.
찝찝하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