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게 와닿는다. 정말 말 그대로.이 이야기가 어디서 왔는지, 이 이야기를 쓴 이유가 뭔지 독자는 느낄 수 밖에 없다.그리고 <A씨에 관하여>를 쓴 안현서의 목적은 분명 작가의 소개에 나온 친구를 잃은 경험이다.경험은 많은 것을 낳는다.그 어떤 경험도 세상을 좁히지 못한다.2013년의 그 경험은 고등학교 1학년에게 이야기를 낳았다.16살의 소녀가 8일만에 써낸 소설, 그 문구는 노린만큼 이끌었다.<이매지너리 프렌드> 옆 청소년 문학에 꽂혀있어 예상했지만 확실히 일반소설과 견줄 만큼은 아닌 듯하다.식견의 차이라고, 연륜의 차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지만 작가(인터뷰마다 본인이 너무 강조하던)는 그 경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그건 아무리 나이가 지나도 같은 이야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게 된다.챕터마다 비슷한 이야기로 채운 이 책 외에도 인터뷰에서 말하는 차기작 또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본 충격으로 그 사람의 가면을 쓴 소년이 나온다니.물론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겠지. 잊혀지겠지.<A씨에 관하여>는 A씨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6명의 존재가 갑자기 일상에 등장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괴로워하는 한이, 매일 기억이 되돌아가는 수현과 그녀의 남자친구 이안, 주머니 속의 기차표로 열차를 타려는 서진.이들은 모두 누군가를 닮았다.아마도 작가의 기억 속 누군가를.작가는 이들을 통해 그 누군가를 이해해보려는 게 아니었을까.그들이 찾아다닌 A씨는 의학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병들을 고쳐주고 사람들이 비밀을 털어놓지 않아도 조용히 해결해주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한다.그리고 이 또한 작가의 열망이다.이런 사람이 존재했다면 하는.자신의 경험을 녹여 이야기를 만들고 그 속에 자신의 소망을 투여하는 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다.하지만 그 작가 소개가 없었더라도 `어떤 경험이 작가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로 인해 글을 쓰게 만들었구나`를 넘어서 `작가는 지금 어떤 경험에 사로잡혀 있구나`라고 느낄 만큼 풀어낸다면 그건 좋은 글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그렇기에 작가의 나이가 눈에 박힌다.이 소녀는 지금 이 글을 통해 자신이 상처받았고, 힘들었고, 아팠다고 절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지나치게 냉정한 시선을 거두고 생각해보았다.과연 16살 소녀의 작품이라는 글이 없었어도 이렇게 반응했을까.이 세 이야기(A씨를 찾는 마지막 종합편을 제외하고)가 꽤 많이 유사하다는 건 변함이 없다.그리고 이 소설이 청소년 코너에 꽂힌 것도 이해한다.그럼 마지막으로 이 글이 16살의 수준을 넘었느냐 하는 건 모르겠다.난 고등학교 1학년 때 소설을 완성해본 적은 없지만 국제학교의 특별한 국어 수업에 대해서도 모르니까.중간중간 사물에 대한 묘사와 미사여구는 과하기도 했지만 꽤 잘 표현되었다.반면 문장력은 확실히 조금 부족한 느낌.그래서 그 답은 유보하더라도 이 책은 그 `16살의 소녀`와 `8일 만의 출고`라는 말을 떼고는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안다는 게 어떤 행복인지 나는 안다.아는 것만으론 충족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안다.그리고 나는 내가 쓰게 될 이야기에 무엇이 담길 지도 안다.그와 함께 그 이야기를 쓰게 될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지도 알고 있다.그래서 꽤 부러워졌다.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섬에까지 보내가면서 소설을 쓰게 해 준 부모님과 이 소녀가 소설을 내기까지 그 귀중한 경험을 도와준 모든 것들이.가지지 못한 것을 질투하는 게 얼마나 못난 건지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