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5.0
제목도 그렇고 쓰인 폰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표지도 그렇고 뒤의 소개도 뭔가 흥미가 생겼다.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대길일이라는 11월 22일 일요일, 현내 최상의 웨딩홀이라는 호텔 아르마이티에서 일어나는 4건의 웨딩에 관한 이야기.
책은 시간별로 네 커플과 주변인물, 웨딩플래너의 시선을 교차하며 그날 하루의 아르마이티를 말하고 있다.
첫장부터 그날 예식 일정이 나오는 게 좋았다.
시간과 함께 화자의 이름이 나올때마다 첫장을 뒤져봐야하긴 했지만 이런 식의 공통된 옴니버스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평생 서로를 의식하며 살아온 쌍둥이 자매, 옛 결혼상대와 바람핀 여자의 결혼을 담당하게 된 웨딩플래너, 독사과를 먹게 될 백설공주, 운명의 상대와 결혼해놓고 또 결혼하게 된 남자.
기본 8명 이상의 인물들을 교차해 보여주는데도 각자가 너무나도 범상치 않아 이내 익숙해져 구분해내게 된다.
중반쯤엔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고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지만 종래엔 웃음짓게 되는 이야기.
소갯말이 너무 강렬해서 결혼과 엮인 미스터리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NHK에서 방영되었다는 ｀오늘은 만사 대길하게｀라는 드라마까지 보게 될 듯.

재밌다, 정말.
표지에서 풍겨나오는 그 의뭉스러운 분위기와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전개 탓에 사과나 등유 부분에선 조마조마하지만 겨우 화재경보기 하나로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풀어간다.
마리카는 약간 무섭기까지 해서 도리어 히미카를 응원하게 되는데 에이치는 멋있다.(달빛천사-만월을찾아서-에이치 오빠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없는 덕후의 사정. 에이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 멋있는 건가.)
레이나도 흔한 진상 고객인가 싶고 거기다 그렇고 그렇다니 악역인가 싶었는데 결국은 털털하게 감동시키는 바람에 적어도 작가가 버린 인물은 없구나 싶었다.
독사과를 걱정하는 마소라는 정말이지 귀여워서 역시 어린아이가 있어야지 싶었는데 마침 백설공주 이모라니 현대판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리쿠오는 참 그렇다. 그래도 밉지는 않은건 바리케이트 덕분.

네 커플 다 그렇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에메랄드룸.
레이나와 야마이 이야기는 진짜 드라마틱해서 뭔가 드라마에선 이 둘이 중심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성공적으로 레이나의 호감을 산 야마이가 ｀이제 됐다.｀, ｀나는 해냈다.｀라고 말할 땐 괜히 나도 벅찬 기분.
결혼이라는 소재도 정말 좋았다.
평생 단 한 번뿐이라고 믿는 그 순간을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시선들로 표현해낸 게 정말 매력적이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사람들과 그런 해프닝에도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참 좋다.
아무래도 놓기 힘든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기 때문일 거다.
결코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부분이 누구에게든 어딘가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여자들에겐 결혼식은 그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이미 어린 날의 상상과는 달라진 모습이지만 백마탄 왕자님은 아니어도 사랑하고 사랑해줄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날은 기필코 어린 시절 지겹게 본 공주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날 열흘의 불행 쯤은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그 날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인지 살인사건으로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결혼이란 말에 사건이라든가 사고라든가 안좋은 게 붙는 건 어떻게든 좋지 않다.
덧붙여 아이들이라는 말에도.

작가 소개에 나오키상 수상자라는 말만 보고 다른 책도 읽어볼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무조건 찾아봐야지, 츠지무라 미즈키.


꿈속에 산다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으니, 나는 6월의 신부가 되고 싶다.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한다는 만사형통 대길일. -p.42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