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이야기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4.0
국내에 번역된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 중 마지막으로 만난 이야기이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기담소설이라는 <여우이야기>는 말 그대로 기묘한 이야기였다.
제목인 `여우`가 풍기는 느낌만큼 각 이야기는 독자를 홀리고 있다.

<펭귄하이웨이>를 제외한 자신의 모든 작품을 교토를 배경으로 그려나가는 교토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모든 작품을 섞어 놓은 그만의 교토가 실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
교토는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수학여행으로 자주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과거 천년 간 일본의 실질적 수도였다는 교토는 아마 우리나라의 경주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싶다. (나라도 경주와 비슷한 건 역시 수학여행의 이미지 때문이려나.)
소중한 보물들을 끼고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이기에 아마 이런 이야기들의 배경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골동품 상점같은 비밀을 간직한 곳의 이야기를 선호하는 터라 첫 이야기인 `여우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결국 진실도 거짓도 아닌 `과실 속의 용`이 가장 애매했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미야베 미유키의 <피리술사>를 읽고 역시 기묘한 이야기라는 평을 남긴 걸로 기억나는데 같은 기담이지만 이쪽이 더 위험한 느낌이 든다.
음험한 요기를 그린 이야기라는 게 `마`나 `시선`에서 잘 드러난다.

사실 기묘한 이야기나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둘은 좀 장르 차이가 있지만)를 별로 안 좋아한다.
미신을 믿는 건 아니고 이런 건 읽는다면 최대한 가볍게 읽어야 다시 생각나지 않기에 평소보다 조금 흘려 읽었다.
그래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고.

이로써 도서관에 있는, 그리고 한국에 번역된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 전부 끝을 보았다.
두권 째까지도 절대 입에 안 붙던 이름도 물흐르듯 나온다.
신간이 또 언제 나올까 몰라.
요 몇 년 간은 워낙 다작하시는 온다 리쿠 책만 챙기다 보니 간간이 기다리는 재미가 또 쏠쏠할 듯 싶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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