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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탑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4.0
네 번째로 접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이자 그의 데뷔작.
첫 번째로 읽은 게 9일 전,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였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애니메이션(이마저 심하게 재미있다)까지 섭렵한 뒤로 세 권째.
<펭귄 하이웨이>에서도 느꼈지만 제목에 대해 까먹을 즈음 불쑥 예고도 없이 등장하는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 듯하다.
작가가 아니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방식으로.
복선이나 기승전결같은 보통의 소설과는 거리가 먼, 역시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이라는 그만의 방식이 첫작부터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양이 라면이나 시모가모 유수장, 가모 강, 그리고 여자와 관련없는 대학 생활과 그를 벗어나려는 주인공과 같은 소재들이 같은 어투로 반복됨에도 각자가 다른 이유는 그 캐릭터에 있다.
주인공은 분명 비슷하고 대화없이 쭉 이어지는 그 지루한 나레이션도 다른 작품들과 다를 게 없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특별한 소재 없이도 이야기를 이끈다.
확실히 매 작품의 분위기는 유사하고 여운이랄지 느낌도 비슷하지만 그 정도는 특유의 문체로, 그만의 작풍으로 커버할 수 있는 정도이니 가히 대체불가능한 재능의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양의 탑>은 사실 조금 어수선한 편이지만 첫작임을 감안해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봤더라고 생각하면 그 몽롱함과 독특함은 꼭 기억에 남았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그 몽롱한 분위기와 뭔가 미완성된 듯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묘한 작품이다.
실제 태양의 탑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확실히 <다다미->쪽이 훨씬 매니아틱한 구조로 이루어졌지만 인물들의 매니아적인 요소, 즉 괴짜 레벨은 이쪽이 더 심하다.
그래서인지 `에에쟈나이카` 부분은 살짝 괴기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고루한 문체로 젊음을 이야기함에도 쾌활해서 좋다.
`아리카와 히로`도 그렇고 요즘 일본에서도 이런 유쾌한 글들이 인기를 끄는 추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미 <공중그네>도 있었고, 그 쪽에 대해선 아는 게 없으니 패스.
아무튼 <현청 접대과>도 읽으면서 그랬지만 정말 읽고 남는 게 없어도 괜찮으니 이 정도의 재미를 주는 이야기는 읽는 입장에선 아주 많이 만족스럽다.
새드엔딩, 배드엔딩도 좋고, 길게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의 쓴맛도 좋아하지만 책 한 권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바로 새기고 그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그 책의 행복함이 떠오르는 글들이 참 반겨지는 나날들이다.
함께 빌려온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달려라 메로스>까지, 모리미 도미히코 얼른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