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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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와 현실을 이어주는 책의 특성이 반영된 탓도 있겠지만 도서관은 뭇 이야기속에서 종종 어딘가로 향하는 문이 되곤 한다.
그 때문인지 어린 시절 학교 도서관은 특별한 것 없이도 신비로운 공간으로 느껴졌다.
왠진 몰라도 그곳이 책 속이든 혹은 전혀 모르는 곳이든 현실에서 벗어난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일부러인지 도서부의 종이접기 클럽 외의 정보는 꽁꽁 감추어 놓은 듯한 소개글에도 선뜻 서평단을 신청한 것도 배경이 도서부였기 때문이었다.
현실에 묻혀진 이 나이에도 여전히 학교 도서관은 너무나 설레는 장소니까.

초반 아이들이 종이 접기를 하며 배경을 조금씩 그려가는 과정은 어리게만 느껴졌다.
또래 친구에게 숨기고픈 비밀 한 가지 씩은 가지고 있을 그 나이대의 고민과 멋진 친구를 향한 선망 같은 중학생의 페이지가 이어지는 동안 독자의 시선 역시 조금씩 낮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종이학 귀신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엔 어느샌가 어른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아이들의 행동을 무리 없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종착점에 가닿게 되면 이래서 모든 정보가 꽁꽁 감춰졌구나 하는 깨달음을 만난다.
약간의 예측 가능함을 넘어선 그 마주침의 순간이 꽤 신선한 것이라 이 책을 읽을 모든 독자들이 꼭 스포일러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한편 세연이 읽어내는 빨간 기운이나 환경 문제 같은 건 조금 더 펼칠 수 있는 이야기가 남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빙과」의 고전부 시리즈나 「선암여고 탐정단」 처럼 충분히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 시즌2를 기대하는 마음을 살짝 담으며 책을 덮게 된다.

이제 이 이야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읽으면 될 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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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괜찮으면 종이학 하나 접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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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다야 비닐이 더 중요하지 아무렴. 새나 거북이나 물고기가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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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라는 게 얼핏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전통은 고리타분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위대한 것도 아니다. 그저 세월이라는 긴 시간이 배어 있는 것이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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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상한 일들을 좇는 게 아니라, 무언가가 저를 자꾸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이상한 일들이 저를 따라올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는 그래서 비밀을 찾고 있어요. 그러면 이상한 일들도 멈출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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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위험에 달려드는 걸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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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규칙이 있다.
<절대 대신 접어 주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끝까지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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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같이 가면 안 돼? 우린 한 팀이잖아.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무모한 일이든 용감한 일이든 셋이서 다 같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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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돌아가고 있어. 너희들 곁으로. 곧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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