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선천적으로 얻지 못해 평생을 쫓기만 해야 하는 불공평함을.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한다.저마다 다른 크기의 고통이 삶에 어떤 상흔을 남길지를.세상이 넓어진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한다.넓지 않은 세상에서는 티끌조차 얼마나 큰 걸림돌일지를.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정말 시간만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게 맞는지를.어느 순간부터 감정에 매몰될 것 같은 글들은 조금 주저하게 된다.이야기도 영화도 노래도 슬프지 않고 즐거운 걸로만 찾아 읽다, 이렇게 불쑥 맞닥뜨리면 깊숙이 제쳐놨던 묵은 감정이 몽땅 밀려오는 것 같다.한참을 여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더 신나는 노래와 더 웃긴 이야기를 찾아 또 헤매겠지.그렇게 잊고 살다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남몰래 시선을 두다가 또 감정이 밀려올까봐 서둘러 발을 뗄 테지.옥탑방에서 시작되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역시 그랬다.영화 <박화영>이나 <어른들은 몰라요>를 볼 때처럼.인수의 현재와 과거가 뒤엉켜 머릿 속을 채우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성연과 이호와 A와 경우가 응어리처럼 몸 어딘가를 꽉 막고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한동안은 이 모든 일을 홀로 곱씹어야 할 테다.세상은 어쩌면 그렇게 못 가진 자에게 더 가혹하고, 없는 자에게 더 잔인한지.작은 것이나마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쓸모를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에서 덜 자란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사람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의 감정의 크기를 축소시키고, 자신이 겪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처에 널린 악의를 무시한다.안 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도.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과연 남은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인수는 어떻게 지금까지 자라왔는지.보기 힘들어도 이들의 결말에 눈 돌리면 안 된다는 건 안다.어떤 식이든 꿋꿋이 버텨서 스스로 쟁취한 삶일 테니 끝까지 지켜 봐야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모두가 따뜻하다고 하니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내 살갗을 에는 듯한 이 한파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언제 끝나는 걸까.📎평생에 걸쳐 조금씩 나눠 써야 할 분량의 용기를 나는 그날 어머니를 구하는 데 모두 써버렸기 때문에, 용기라는 것은 내 삶에서 완전히 고갈된 자원이었다.📎용돈은 거절하면서 몰래 천원씩 훔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적은 돈,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 돈을 훔칠 때 느끼는 죄책감이 신세를 지면서 느끼는 부채감보다 가벼운 것일까.📎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내가 가진 게 몸뚱이밖에 없는데 누구도 나에게 호의를 베풀 마음이 없다면.📎˝우리는 안 미쳤는데, 사람들이 우리보고 미쳤다고 하잖아.˝📎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부디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지기를. 햇볕을 쬐면 정화되기를. 경우 없는 세상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