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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상열심사
김순희 지음 / 이야기의숲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3.8
특이한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다, 향토음식을 둘러싼 에피소드로 경북 스토리 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는 소개글을 보고 빌려왔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내 취향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음식 소개만이라도 제대로 해주었으면 좋았을걸.
사실 처음부터 내가 읽고 싶다기 보단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 빌려왔었다.
요즘엔 다른 책에 빠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책은 딱 엄마 취향 같아서.
몇 번 재밌게 본 책을 읽어보라 권유했다가 죄다 실패한 뒤로 나도, 엄마도 서로 취향에 간섭하지 않고 있지만 이건 보자마자 엄마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메인이 음식에 경북이니, 경주 출신의 요리하는 엄마는 분명 읽어보려 하지 않을까.
음식과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너무나도 흔해서 그것만으로 높은 점수를 주긴 그렇지만, 어쨌거나 경북 특히 안동과 관련된 음식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안동 찜닭이야 흔하다 해도 책에서는 보기 힘든 안동 식혜나 헛제삿밥, 보리굴비 정식 같은 건 확실히 신선하다.
특히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갑자기 등장할 줄은 몰랐기에 지루해지던 찰나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올해도 여름쯤 되어야 아오리는 언제 나오나 떠올리고 목 빠지게 기다릴 텐데 뜻밖에 책에서 먼저 만나는 바람에 그 맛이 벌써 생각나버려서 큰일났다.
하지만 소재가 아깝게도 아오리 사과로 희한한 생각을 펼쳐 간 것도 그렇고 이후 에피소드들도 영 재미가 없어서 그냥 대강 읽어버렸다.
이야기를 진행하려면 차라리 쭉 풀어 놓지 여기서 끊었다 저기서 붙이고,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난리가 났다.
이왕 좋은 음식들로 이야기를 쓸 거면 조금 더 깊게 들어가지 이렇게 스치기만 한 정도로 무슨 흥미가 생길지 모르겠다.
음식과 딱 맞는 에피소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물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그냥 휙휙 넘기고 보니 그닥 기억남는 이야기도 없다.
가장 좋았던 건 그나마 처음 안동 식혜라서 그 후 점점 지루해지는 이야기들 때문에 그 재미까지 퇴색돼 결국 실망만 남는다.
엄마한테 책을 넘길지 말지 고민된다.
재미라도 있든가, 아님 음식이라도 맛깔나게 잘 담아내든가, 하다 못해 로맨스라도 잘 끼얹어보지 뭐 하나 확실한 게 없어서 망설여진다.
아무리 나와 다른 취향을 가졌다 해도 과연 엄마는 이 책을 좋아할까.
아무래도 이 책으로 엄마와 나의 취향 차이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날 잡아서 결론을 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