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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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모진 핍박의 역사로 인해 사미족의 북은 현재 전 세계에 71개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중 단 한 개만이 고향 라플란드로 돌아왔다.
유일하게 돌아온 북이 어느 날 도난당하고, 곧이어 순록치기 한 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누구도 실물을 본 적 없는 북의 자취를 쫓고 순록치기 마티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순록 경찰이 나선다.
유일한 사미인 경찰인 클레메트와 최초의 여자 순록 경찰 니나는 한 팀이 되어 마티스의 죽음에 대해 다른 순록치기들을 찾아가 탐문을 시작한다.
브랏센 반장에게 순록 경찰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수사를 진행하던 중 니나는 프랑스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사미족 북의 기증자를 만나러 가고, 북과 마티스의 죽음이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알아간다.
사미족의 북과 요이크, 그 고난의 역사들이 살인 사건으로 인해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순록 경찰 P9 순찰팀인 클레메트와 니나의 이야기에 농부이자 시의원인 올센과 브랏센의 공모, 거기에 지질학자인 라카냘이 더해지며 라플란드에 잠재된 금광을 찾는 일이 은밀히 진행된다.
사미족의 북에 대해 조사하며 새겨진 그림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흩어져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하나로 합쳐진다.
그렇게 여러 개의 시점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할 때 그 중심에 아슬락이 놓인다.

프롤로그가 끝난 후 순록 경찰이 등장하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사실 조금 지겹긴 하다.
전체적으로 불필요해보이는 내용들이 꽤 있는 편이라 이야기 진행이 더딘 감이 있다.
특히 초반부에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워낙 많은 인물들과 정보들이 주어져서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로 너무 빙 돌려서 표현하는 듯 느껴지는데 순록 경찰들이 움직이는 경로 그대로 진행되는 탓도 있고, 주어진 정보만 보면 사실 그리 복잡한 사건이 아니기에 일부러 마지막까지 숨기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조금 답답해도 주어진 대로 쭉 따라가다보면 만족할 수 있는 책이다.
단순한 재미로 표현하기 보다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흩어져있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일 때의 선명함이 확실한 이야기였다.
살인 사건과 도난 사건에 대한 해결에 소수 민족의 역사가 더해져 뭔가 모르게 감동까지 전해지는 한층 깊은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중간에 썸을 탄다거나 대박이라는 단어처럼 책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 몰입을 방해하긴 했지만 찰떡같은 욕과 더불어 완벽하진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던 번역이었다.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회색 표지에 QR코드를 발견하고 혹시나 해서 찍어봤더니 유투브 요이크 영상으로 연결되어 노래를 감상할 수 있었다.
표지 색도 그렇고 세세한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쓴 책 같아 마음에 든다.
600페이지 가량이 전부 이야기를 위해 쓰여진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여덟 개의 산>도 떠오르고 <잘못 기억된 남자>도 생각나는 오묘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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