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 미드나잇 스릴러
로저먼드 럽튼 지음, 윤태이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4.5
비어트리스는 동생인 테스에게 편지를 보내는 중이다.
테스는 아기를 낳고 얼마 후 실종되었고 결국 사체로 발견되었다.
아빠가 집을 나가고, 둘 사이에 존재했던 8살의 레오가 낭포성 섬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후 비어트리스와 테스는 아주 가까운 자매 사이로 모든 비밀을 공유하며 지냈다.
비어트리스는 테스가 불륜으로 임신한 것도, 뱃속의 사비에르가 낭포성 섬유증을 진단받아 테스가 임상 실험에 참가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아기를 낳은 것도, 자신에게 연락도 없이 실종된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일 통화하며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던 테스에게 내가 모르는 부분이 존재했다는 걸 깨닫지만, 그럼에도 테스는 결코 자살할 아이가 아니기에 비어트리스는 홀로 테스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테스의 종적을 쫓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누구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던 테스와 사비에르를 죽음으로 이끌고 간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다.
비어트리스는 그래서 처음 테스의 실종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자신이 느낀 모든 일들과 감정들을, 현재 경찰청에 가서 증언하는 내용과 함께 낱낱이 편지에 남기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서 홀로 떨다 간 테스에게 어느 날 동생이 사라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어디가 아픈지는 나오지 않지만 비어트리스는 종종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 탓인지 때로 시간이 뒤죽박죽 엉키는 일들이 발생한다.
때로는 분노와 슬픔에 잠식되어 지나치게 감정적인 문장들로 채워지기도 하고 사건과는 전혀 상관 없을 사적인 부분까지 모두 털어놓기도 한다.
지도 교수와의 불륜으로 낳은 아기가 사산되고 난 후 일어난 21살 대학생의 죽음, 산후 정신병이라는 의사 소견으로 자살로 수사가 종결될 만큼 특별할 것 없는 사건일 지도 모르지만 비어트리스에게만은 절대로 평범할 수 없는 죽음이었다.
그 죽음으로 인해 일어난 모든 일들로 비어트리스는 변해가며 사라진 테스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계속해서 사건을 파헤쳐나간다.

아름답고 섬뜩한 이야기라는 뒷 표지 소개글이 충분히 이해가는 책이었다.
단순히 사건과 해결을 담은 추리 소설이 아닌 남겨진 자의 모든 감정 묘사들이 더해진 이야기라 흔하지 않은 소설이 된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추리 소설은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고 오히려 눈 앞에 모든 행적이 선명하게 보여서 더 몰입이 되는 것 같았다.
가족, 자매 간의 우애와 또한 떠나간 후의 모습들이 감정을 흔들며 끝없이 공감하게 만든다.
밝혀질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범인 찾기는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돌고 돌기만 한다.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어렴풋한 실마리는 잡은 듯하지만 그럼에도 범인이 누구인지는 도통 예상할 수가 없다.
이 이야기에 담겨진 큰 요소가 감정과 사건, 그리고 해결이라고 할 때 책은 무엇 하나도 놓친 게 없다.
꽉 들어차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평범하지 않다.
그저 그렇지 않은 소설, 결코 흔하지 않은 이야기가 내가 느낀 감상이다.
일상적으로 늘어 놓아진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