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귀본 살인사건 ㅣ 스코틀랜드 책방
페이지 셸턴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4.0
미국 캔자스에서 한 발도 벗어나본 적 없는 딜레이니는 어느 날 한 서점의 구인광고를 보고 마법에 걸린 듯 전화를 걸고, 결국 낯선 땅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향하게 된다.
인자한 택시 기사를 만나 무사히 서점 갈라진 책에 도착한 딜레이니는 그곳에서 함께 일하게 될 햄릿과 로지를 만나고 단숨에 스코틀랜드와 사랑에 빠진다.
다음 날 딜레이니는 주인 에드윈을 만나 단순히 희귀 서적을 다루는 서점이라고만 생각했던 갈라진 책의 창고에 에드윈이 경매를 통해 얻은 개인 소장품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고, 자신이 그곳을 관리하고 에드윈의 경매일을 도우게 될 거라는 상상 초월의 말을 듣게 된다.
박물관에나 전시될 법한 물건들이 정리도 안 된 채로 뒹구는 걸 보며 딜레이니는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모험심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에드윈을 따라 간 경매에 에드윈이 내놓을 품목이 셰익스피어의 초판 2절본, 2절판이라는 경악스러운 얘기를 듣게 되고, 그것을 갖고 있다는 에드윈의 동생 제니가 등장하지 않으며 경매는 흐지부지 마무리된다.
집안 대대로 부자인 에드윈과 달리 마약 중독자로 집안에서 쫓겨나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제니가 마약을 끊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돕기 위해 에드윈이 2절판을 맡겼고, 경매 다음 날 제니는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2절판의 행방과 과연 제니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지 딜레이니는 자신도 모르게 조사를 시작한다.
희귀본을 둘러 싼 살인사건이 맞긴 한데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라 놀랐다.
표지도 그렇고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기대했었기 때문에 초반 분위기부터 완결까지 모든 이야기가 성에 차지 않는다.
애초에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주인의 동생의 죽음에 그렇게까지 관여하며 진상을 밝히려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오지랖 같고, 중간 중간 2절판과 관련된 내용이나 경찰도 못 찾은 걸 턱턱 찾아내는 주인공이나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
뜬금 없는 로맨스는 끼어들 시점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튀어나와 전혀 섞이지 못하고, 의심받는 인물들 간의 관계도 엉성하기만 해서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책방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점은 좋았는데 따지고 보면 마약 중독자인 피해자가 어마어마한 보물을 가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만 할 뿐이라 감흥이 떨어진다.
딱 한 가지, 스코틀랜드에 대한 묘사만 빼면 영 별로였다.
소설보다 오히려 에든버러 관광 책자로서의 역할이 더 어울릴 만큼 에든버러 성과 거리, 건물들, 엄청나게 다양한 책방이 있다는 얘기와 사람들 등등 마치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투리도 원서를 보면 잘 표현되어 있을 것 같은데 번역이 좋지 않아 감이 오지 않는다.
에드윈이나 일라이어스가 딜레이니를 부를 때 색시라는 말을 자꾸 쓰는데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볼 때마다 거슬린다.
아가씨도 아니고 색시라니,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딱 <낙원남녀>가 떠오르는 정도의 미스터리였는데 내용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나 구성 같은 게 유사하게 느껴진다.
아쉽고 와닿지 않는 부분도 물론 유사하고 오히려 그보다 못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더 많이 읽다 보면 더 재밌는 게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