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조금 시기상조가 아닐까하는 걱정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회고 목적도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진행중인 상황과 연관된 글들이라니.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표현법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어떤 이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주는,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단순한 소설이 아닌 지금 우리에게 닥친 상황들을 바라보는 여섯가지 시선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려 한다. "서로를 구하기 위해 혼자가 된 우리."가 이 앤솔로지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생각한다.책은 생각보다 얇은 편이다. 듀나, 김초엽, 배명훈 등 SF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 쯤 들어봤을 여섯 작가님들이 참여하셨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던 단편은 김초엽 작가님의 '최후의 라이오니'다. 회수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나'가 멸망한 행성에서 아직 거주중인 개체들을 만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김초엽 작가님이 그동안 쓰셨던 소설 중 가장 슬픈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멸망이라는 우리와 거리가 멀어보였던 단어가 이제는 마냥 멀지 않다는 걸 깨닫는 순간 소설이 더 이상 허구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