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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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마련의 꿈이 정말 꿈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려 준 <근린생활자>, 이해관계가 개인의 신념을 이토록 쉽게 바꿀 수 있다는 허무함을 보여 준 <소원은 통일>, 어둠의 세계는 왜 하필 불행을 겪은 성실한 이들 앞에 나타나는지 가슴을 치게 만든 <그것>, 사람을 조개 캐듯 긁어 제거하려는 일이 실은 우리 주변에도 비일비재하다는 걸 암시한 <삿갓조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읽었고 이런 삶도 삶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된 <사마리아 여인들>, 청소기 연구원에서 판촉사원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 이상의 감동을 준 <청소기의 혁명>까지. 이 총 여섯 개의 단편은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일컫는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임에도 너무나도 현실감 있는 탓에, 마치 실존하는 개인의 삶을 엿본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그것>은 책장이 술술 넘어갈 만큼 흡인력 있었지만 읽는 내내 처연해지는 마음을 도저히 떨칠 수 없었다. 누군가의 아픔, 고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이유,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보여 주는 불편한 사연들을 꼭 알아야 하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그 모순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의 유년시절은 왜 도구만도 못한 취급을 당해야 했고, 그의 주변 인물들은 왜 그런 일들을 겪어야 했으며, 그가 그린 행복은 왜 그렇게까지 얼룩졌어야만 했을까. 그가 평생을 바쳐 일구어 낸 ‘성실함’은 대체 누굴 위한 것이었나. 자신이 평생을 바쳐 성실히 근무한 회사의 어두운 이면조차 알지 못했던 만큼, 어둠은 늘 꽁꽁 숨겨져 있어서 행복을 꿈꾸는 성실 근로자들의 희망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곤 한다. 억울하고, 처연하다. 똑바로 쳐다보기 불편했던 이유는 이들 삶의 일부가, 혹은 그 전부가 내 인생의 그늘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하고 마주한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가 걱정돼서 했던 말과 행동이 오히려 상처가 되었을 때가 있었다고. 슬픔이 덜어지는 순간은 오히려 ‘일상적인 순간, 꾸미지 않은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일이 욕심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책을 덮고도 그 말이 계속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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