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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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

뉴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가는 여객선 안 체스 세계 챔피언 첸토비치와 B 박사라는 남자가 우연히 게임에 휘말리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황제 가족들의 자금 관리 사무소를 운영하던 B 박사는 정보를 캐내려는 나치스에 잡혀가 호텔에 감금된 채 몇 달을 고립된 상태로 보내게 되는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특유의 문체로 가구 서 너 개밖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철저히 단절된 그가 겪은 진공상태, 완벽한 無, 공허라는 공포와 두려움을 묘사한다.

우연히 군인들의 외투 주머니에서 훔친 체스 책이 구원이었지만 자기 자신과 두는 체스로 인해 그의 정신은 분열로 치닫고 결국 그곳에서 벗어났어도 전쟁이 남긴 고립과 고문의 상흔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하려는

것이 체스에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것과 같은 역설을

의미합니다.

p61

절체절명의 환경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한 남자의 사투.

침묵의 바닷속, 바깥세상으로 연결된 밧줄이 잘려 다시는 이 소리 없는 심연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라고 예감한 잠수부" 같은 고통을 겪게 되는 B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황폐화시킨 인간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체스를 몰라도 몰입하게 되는 츠바이크의 마법.

<낯선 여인의 편지>

41살의 유명 소설가 R이 자신의 생일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낯선 여인에게서 온 두툼한 원고 분량의 편지. "제 아이가 어제 죽었습니다."로 시작되는 긴 편지다.

여인이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써 내려간 편지에는 자신의 전 인생이 행로가 담겨있었다. 사랑도, 동정도, 위로도 아닌 그녀가 원하는 단 한 가지는 자신의 고통이 말하는 모든 것을 믿어달라는 것.

이 편지에는 미망인인 엄마와 가난한 삶을 살던 어린 소녀의 앞집으로 젊은 작가인 R이 이사를 온 이후 그녀의 전 세계가 되어버린 그와의 운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해 그와 관계를 맺고 그의 아이를 가진 후 홀로 키우면서 평생을 그리워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아이마저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 여인의 이야기.

좋은 것은 잊히지 않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을 겁니다.

p143

일방적인 사랑의 전형.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는 잊힌 여자라고 했든가. 달콤한 말을 남겼지만 그녀와 관계를 맺었음에도 끝내 기억조차 못 하는 남자. 자신의 삶을 그에게 바쳤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남자.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고통 속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여인의 처절한 고백이 담긴 편지를 다 읽고 난 다음 그의 책상 위에는 매년 그의 생일날 그녀가 몰래 보내던 장미꽃이 없는 빈 꽃병만이 남았다.

사랑해서 행복했다고 하기에는 상처뿐이었던 그녀의 삶. 만약 그녀가 남자 대신 스스로를 택했더라면. 그러기에는 사랑과 집착이 너무나 컸을까. 만약이라는 가정은 공허하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자기 자신을 상대로 게임을 하려는 것이 체스에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뛰어넘으려는 것과 같은 역설을 의미합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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