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목회자의 길을 걸어오신 김기석 목사님이 신문에 실었던 글을 엮은 칼럼 모음집으로 깊은 사유에서 길어올린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도 이내 생각의 바다로 우리를 이끈다.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우리들의 '삭막하고 곤두선 전쟁터'같은 현실 속에 '다시 채우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글들로 가득하다.
특히 시 문학작품과 영화의 지식은 물론 저자가 여행에서 느낀 해박한 경험과 독서 편력을 따라가다보면 새로운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희망'을 꿈꾸는 책이기도 하다. 개인이 갖추어야 할 마음과 자세, 경계해야 할 것들을 되새기다 보면 우리는 어느덧 자연스레 성숙해지고 우리가 사는 곳은 보다 따뜻한 희망에 찬 세상이 되는 것이다.
친절하고 따뜻한 말, 누군가의 가슴에 꽃이 되는 품격 있는 언어는 어떠한가. 저자는 '결국 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많겠지만 파괴적 분열적 정치언어 대신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정치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또한 누구나 알지만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 어쩌면 경제보다 급박한 '기후 위기'와 생명중심의 녹색세상에 대해 글 곳곳에서 성찰을 일깨운다.
세상이 각박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사회적 약자들과 참사를 겪은 이들을 위한 진정한 애도이다. 저자는 '타자의 슬픔과 고통을 덜어주려는 마음이야말로 분열된 세상의 치유제'라고 하는 레베카 솔닛을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심상을 강조한다. 바로 다정함 공감 연민 묵묵한 헌신 연대 환대 배려 긍휼 명랑함 등이다.
아울러 기쁨을 느끼고 경탄하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잃지 말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이에 비해 가장 경계할 것은 불만족과 불안을 일으키는 소비사회, 절대적 확신의 자세, 배제 혐오 냉소 비관주의 비교주의 같은 '욕망의 노예살이'에서의 해방이다.
이 책에는 고통을 통해 인간 정신의 숭고함을 드러낸 이야기도 소개되어 감동적이다. 뇌졸중으로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었던 사람이 써낸 책, 산에서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등산가가 오른 14번째 등반, 학년이 바뀔 때 80명 모두에게 각각의 특별한 상장을 마련하신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 등.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유머와 명랑함을 잃지 않고 친절하고 따뜻한 말로 우리 곁에 다가온 사람을 사랑으로 대할 때 '신뢰사회'는 시작된다. 삶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헤셸의 말에서도 인간의 이타성을 읽는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삶의 저자'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이어가며 어떤 의미 있는 책을 써 내려갈 것인가. 저마다 자신만의 의미를 품고 다정한 언어와 친절한 태도로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여 스스로가 희망의 반딧불이 된다면 어떨까. 지금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다정하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최소한의 품격>이 아닐까.
책 속의 책을 몇 권 메모해 본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회복력 시대>
"온몸으로 어둠과 맞서 빛을 만들고 친절함으로 세상에 봄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세상의 희망이다." p87
"절망의 심연에 속절없이 끌려 들어갈 것인가.,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명랑하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인가." p172
"말이 곧 당신이다. 오늘, 우리가 하는 말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든다." p178
"어쩌면 '나'라고 하는 것은 타고난 바탕 위에 시간과 상황이 그려낸 무늬인지도 모르겠다." p231
"삶의 의미는 다른 이들의 필요에 응답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p236) )
"희망은 스스로 빚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시작이다."p29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