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괴되지 않아 저스트YA 1
박하령 지음 / 책폴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이름이 나와 비슷해서였을까.
속삭이듯 차분한 독백체의 글이라서였을까.

자신의 비밀이야기를 하듯 조용조용 담백하게 들려주어서
더 마음 깊이 와서 박혀버리고 말았다.
마치 나에게만 알려주고 있는듯한 고등 소녀 나연 이야기.

무능력한데 허세는 있는 아빠 나영진과
투명 테이프를 들고 단칸방의 먼지들을 떼어내는 결벽증 엄마
그 사이에서 살아내야하는 외동 딸 나연.
어느 날, 친척이라는 분의 으리으리한 집 한켠에서 살게 되면서
노크가 있는 삶이 시작되었고 안락함에 감격하기도 하면서
친척 오빠 루카스를 만나게 되었다.
손을 내밀어준 은인일거라 믿고 싶었는데 그루밍 수법이었다니...
책을 읽어가며 책장을 넘기는 손이 부들부들 거렸다.
어항 밖으로 튀어올라 바닥에 툭 떨어져 살려고 파닥거리는 금붕어 같은
나연 모습이 자꾸만 연상되기도 했다.

아주 나긋한 목소리로 일의 시작부터 자신의 사소한 심경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여 주기를 원한다.

책 속의 인물과 만날때면
질문을 한다거나 듣고싶은 이야기를 먼저 들을 수 없다.
내가 보채지 않고 그저 가만히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야한다. 오로지 이야기 하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 여겨졌다.
내가 듣고싶은 얘기가 아닌, 상대가 하고싶은 얘기에
집중해서 귀를 기울여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을 전할 수 없었다.
그저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최선은 스스로 선택에 달려있었다.
자칭 인간 샌드백이라 하는 시아가 등장하여
뱅뱅 돌아가는 놀이기구에서 내리려다 일어난 일들을 현실적으로 알려주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었다.

깊은 바닷속으로 빠지다가 어느순간 바닷속이 더 편하게 느껴지고
더 깊이 가라앉고 싶어하는 나연의 심경이 슬프게도 다 이해되었다.

시아와 나연의 파수꾼은 누가 되어주어야할까?
결국 헤어나오기 위해 발을 내디딜 사람은 자기 자신이어야만 했을까.
나연은 결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불쌍하게 만든 것은 그렇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의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