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최신 개정 8판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외 옮김 / 풀빛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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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합리화된 세계가 오히려 비이성적이고 반인간적임을 고발한다.

놀랍게도, 이 책 제목만 보고도 배가 고파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맥도날드’가 먹고 싶어졌다. 이건 파블로프의 개와 다를 바가 없다. 파블로프의 개를 관찰하기 위해 관찰자의 개의 뺨에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개는 자기 뺨에 구멍을 뚫은 자가 주는 밥에 반응하여 침을 흘렸다. 개는 굴욕감을 느꼈을까? 나는 ‘맥도날드’라는 글씨만 보고도 허기가 졌다. 그 개처럼 나도 어딘가 구멍이 뚫려 있는 건 아닐까. 어딘가 구멍이 뚫린 채로 침을 흘린다. 게다가 굴욕감마저 느끼지 못한다.

2015년 개봉한 영화 ‘킹스맨’에는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IT 기업을 소유한 리치몬드 발렌타인이다. 그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선택 받은 소수를 제외한) 인류를 제거하자’는 합목적적이고 합리적인 음모를 꾸민다. 영국 스파이 ‘갤러헤드’는 그의 꿍꿍이를 파헤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그에게 접근하는데, 이때 발렌타인이 갤러헤드와의 만찬에서 대접하는 음식이 ‘맥도날드’이다.

이 책의 저자 조지 리처는 맥도날드와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이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외부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맥도날드는 1. 짧은 시간 안에 굶주림을 해결해주는 효율성, 2. 수량화를 통한 계산가능성, 3. 제품의 생산 과정과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는 예측가능성, 4. 무인기계를 통한 완벽한 통제를 지향한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과연 누구에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

어제는 고단한 하루였다. 전세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에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하필 비가 왔고 불법 우회전 차가 우리 차를 들이 박았다. 번잡한 사거리에 차를 세운 채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방에서 우리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노인은 옆에 서서 잔소리를 해댔다. 보험사는 한참 후에 도착했고 상대방 운전자는 우회전 차로가 두 개라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게 된 아파트는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이 생긴 아파트였다.

지친 우리는 맥도날드로 향했다. 무인주문 기계를 지나 사람에게 주문을 넣었다. 음식을 받아서 테이블에 갔고 더러운 테이블과 의자를 티슈로 열심히 닦아낸 다음 햄버거를 씹어 삼켰다. 테이블을 치우며 결국 불평이 터져나왔다. 음식 나르고 테이블 치우고 청소까지 내가 해야해?

영화 속 발렌타인의 계획은,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합리적이지만 비이성적이고 반인간적이다. 그의 명분은 거창하다. ‘지구를 구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비이성적이고 반인간적인 행위가 뒤따른다.

결국 영국 신사 집단은 광기 어린 발렌타인을 저지한다. 그리고 발렌타인의 계획에 동조한 사회지도층의 머리가 시원하게 ‘펑펑’ 터져버린다. 심지어 오바마의 머리로 추정되는 인물도 펑 터진다.

이 영화는 영국 엘리트주의가 경박한 미국 문화의 효율성 문화를 저지한다는, 혹은 그러고 싶다는 소망을 전달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전달하는 맥도날드화된 세계에서 벗어나기에 관해 이 영화도 태도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일까?

허무하지만 당연하게도 전혀 아니올씨다. 2017년 킹스맨의 속편이 개봉했다. 인물도 구성도 표현도 전작보다 나을 게 없다. 마치 대량생산된 제품과 같다. 내용보다 형식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가 대량생산된 맥도날드의 질 낮음을 비판하는 ‘척’하지만 그 영화 자체가 생산되는 방식은 맥도날드 주방에서 표준화된 ‘빅맥’이 공급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킹스맨 속편의 악당은 마약왕 포피이다. 표준화된 맥도날드를 사랑하던 발렌타인과는 다르게 그는 수제 햄버거를 만든다. 그리고 최근 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라는 이름의 수제 버거 스타일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킹스맨 시리즈의 진짜 악당은 맥도날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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