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사 - 대한민국 의료 상업화 보고서
김기태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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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촌이 유방암 수술을 했다. 최근 겪은 부침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던 걸까. 방사선 치료도 한다고 했다. 병문안을 가려고 연락을 했다. 수술 후 응당 며칠은 입원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전에 수술하고 오후에 퇴원했다고 한다. 의료 기술이 좋아진 덕인가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데이서저리‘인 것 같다. 식당에서 테이블 회전을 빠르게 하기 위해 수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 친언니는 몇 해 전 남부터미널 부근의 척추수술 전문 병원에서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는 복대처럼 생긴 보조 기구를 구입했고 한 달에 한 번 MRI를 몇 차례에 걸쳐 찍어야 했다.

3. 재작년 시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국내 굴지의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몇 개 진행하겠거니 예상했는데 입원을 권했다. 의사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 간 입원을 하고 하루에도 몇 개씩 검사를 받았다. 교수는 오전 회진 아니면 만나기 어려웠고 검사 결과는 전공의가 알려줬다. 무척 짜증스런 얼굴로 들어와 뇌에는 이상이 없고.. 혼자 중얼거리다 나갔다. 퇴원을 며칠 앞두고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찾아준다는 원인 얘기는 쏙 들어갔다. 간호사를 통해 교수나 전공의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전공의를 찾아갔다. 검사 결과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고 전공의는 이미 설명해 주지 않았냐며 나를 노려보았다. 결국 퇴원 당일 한 간호사에게 검사 결과를 상세하게 안내 받았다. 모든 병에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미 몇 해가 흘렀지만 나는 나를 노려보던 의사의 눈빛이 떠오른다. 뭐랄까. 경멸이랄까. 그런 종류였다. 아직도 집 근처 탄천을 걷다보면 그 병원 건물이 보인다. 위풍당당하다.

4. 나도 2013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수면 장애와 마비가 나를 괴롭혔다. 여러 이름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멀리 김포공항에 있는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다. 내 MRI를 보던 의사가 말했다. ˝어차피 수술을 해야할 것 같긴 한데, 주사를 한 번 맞아보죠.˝ 수납처에서 알게된 주사의 가격은 30만원이 넘었다. ‘한 번 맞아보‘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5. 몇 해 전 어느 날 저녁 엄마가 무척 어지러워 하셨다. 급하게 평소 다니던 동네 정형외과로 갔다. 약을 처방 받고 진료실에서 나오는데 의사 선생님이 다시 우리를 불렀다. 혈압을 재보자고 했다. 엄마의 어지럼은 고혈압 증상이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이 엄마를 살렸다.

6. 한참 디스크로 고생할 때 나도 그 병원을 다녔다. 성의 있는 진료를 받았다. 자세를 교정 받았고 운동 습관을 상담 받았다. 사용하는 침대와 메트리스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7. 우리 가족을 지켜준 것은 큰 병원이 아니었다. 비급여 상품을 권하지 않는 작은 병원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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