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책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 책에 대한 판단의 잣대는 확연히 뒤바뀔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물리나 수학적 지식 배경이 갖춰진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하드 SF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했었을 것이지만 나 같이 물리적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읽어 가기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날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흥미로운설정에 이목이 끌려 책을 수중에 넣었고 지하철속에서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손에 쥔 나는..같은 페이지를 계속 반복...반복...그리고 반복하여 읽고있는 나를 발견했을때 처음엔 지하철속이 무척 시끄럽고 시민들의 잡담의 파편들이 귀속에서 떠나지 않고 멤돌아 그런거라 여기며 내심 스스로 자책하며 책에 집중하지 못한 나를 심하게 질타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집중의 문제가 아니란 걸 책의 1/3 을 읽어가는 시점부터 난 깨닫기 시작했다.

전자의 회절, 파동함수, 수축, 확산, 고유상태....이러한 범상치 않은 난해한 용어들이 매 페이지마다 황하강의 홍수처럼 순식간에 범람해 오기 시작하면서 책의 내용과 흥미는 어느새 갈팡질팡 길을 잃고 용어의 정의와 이해를 위해 지식인을 뒤져가는데 시간을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내용은 뒤죽박죽 되어갔다.

용어적 생경함의 부담, 괴로움, 좌절 등의 오만 가지의 감정의 확산으로 인해 수축을 통한 최후 최종적으로 현실이 된 선택된 나의 고유상태는 '멸망감' 그 자체였다. 책을 읽어가며 나는 수축을 시도했고 내가 실패한 버전 이란 생각 마저 든다.

과학기술묘사 부분의 난해함과 그 디테일은 전체 배경지식이 없던 나에겐 괴로움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중.후반부에 들어가면서 용어적 부담감으로 많이 힘겨워 하며 헤맸지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수확(?)이라면 끝까지 힘겹게 읽어 가며 쌓은 인내심 그리고 평생 모르고 지냈을 수도 있었을 슈뢰딩거의 고양이 니 파동함수 같은 상식들(비록 수박 겉핥기식 상식 수준이지만..)에 대해 공부할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전도 찾아보며 인터넷 검색도 해가며 최대한 이해하고자 노력 한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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