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김난주님의 번역을 보고는 만족스러웠다. 문장 하나하나에 그 뉘앙스를 밝혀내기 위한 고심이 개구리처럼 툭, 툭하고 튀어나오는 식이다. <먼 북소리>를 골랐을때도 역시 그랬다. 이양반... 설마 '직독직해'로 배신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 역시... 김난주님의 번역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여행기... 라는 것은 흔하다.. 게다가 유럽쯤이야... 하지만, 하루키식의 삶이다. 이것은.. 하지만, 이것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일본의 소설가일 뿐이다. 그에게 환장할 필요도 없고, 그의 소설에 나오는 라이프 스타일을 흉내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역시 나는 아직도 머리가 복잡할때면 '하루키'를 잡는다. <먼 북소리> 역시 그러한 맥락...

처음에는 지루했다. 솔찍하게 말하자면... 그래서 5/1쯤 읽다만 책은 바쁘다는 핑계로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어느날인가, 갑자기 마법에 걸리듯, 다시금 아... 그렇지, 이 책이 있었지... 슬슬 읽어볼까... 하는 식이 되어.. 그만, 몇일이고 열중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읽어버리게 되었었다. 물론, 이것은 소설가의 여행기이자,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특별한 뿔이 달린 등장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의가 이기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이 재미있다. 이것이 이 시시껄렁한 소재의 책의 진실이다.

그 재미있음은, 독특한 감수성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재미있게 포장한 그 상술적인 문체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알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그냥 '재미있는' 것이다. 소재는 간단하다. 일본에 사는 한 소설가가, 로마에 여행을 간다. 그리곤 그 주변에 대해 다시 한바퀴 휘~~~~~~ 하고 둘러보고 온 이야기 이다. 하지만, 무엇이 멋있었는지, 무엇이 맛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것을 누릴 수 있는 나는 얼마나 훌륭한지로 가득 차 있는 한심한 여행기 따위의 쓰레기와는 다르다. 이 책은 삶을 담고 있다.

특별히 공간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 속에서 만나는 일상과, 인연과, 정서일 뿐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척 묘하게도... 눈을 감으면 로마의 골목길과 에게해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것 이다. 아주 친밀하게... 그리고 아주 익숙하게.... 마치 어디선가 들려오는 북소리 처럼. 둥... 둥...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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