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나를 붙잡던 상념들

한때는 이끌리는 정당에 가입하기도 하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던 나였다. 얼굴이 자주 붉어질만큼 부끄럼이 많은 편이지만 사람 만나기를 즐겼었고, 혁명가의 자질을 갖추진 못 했지만 나름으로 구축한 사고들로 세상을 요목조목 따져묻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곤 꽃이 피기를 바라며 똥이든 된장이든 가리지 않고 양분을 빨아들이려 하던 날들을 이어가는 와중에 벼락처럼 맞닥뜨렸던 여러 정치적 사건들. 그중에서도, 한때 마음 속 어느 한 켠 정도는 내어줄 수 있을만큼 좋아했던 누군가의 죽음들. 그들의 죽음 뒤 먼발치에 서서 나는 그렇담 그들이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만큼의 양심 앞에 떳떳한가에 대해 오래토록 생각하며 살았다.

무엇이,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얄밉게도 시간은 그들의 죽음과는 별개로 사람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가차없이 흘렀고 고백컨대 그 안의 나 역시나 약삭빠르게도 가끔 찾아오는 다행을 만나 아직도 나는 어찌할 바 모르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렇다고 내가 늘 비관에만 잠겨 살았냐고 스스로 따져 묻자면 그런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꺼리들과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운이 좋게도 오래전부터 마음과 생각을 나눌 반려자를 만나 혼자였더라면 헤어나오지 못 했을 늪으로부터 간간이 벗어날 수 있었다. 복잡다단한 세상으로부터 물든 내가 뱉어대는 투정은 요즘 방구석에서나 째잘대는 게 다이지만 그런 나를 받아주는 이 사람이 참 고맙다. 내가 느끼기엔 누구보다 평범하고 누구보다 평범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한 이 사람에게 언제까지든, 언제까지나, 좋은 애인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12.19 또 한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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