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 집콕족을 위한 대리만족 역사기행
박시윤 지음 / 디앤씨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사람들의 마음이 머무는 곳은 모두가 처한 상황이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무리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가끔은 고즈넉한 장소에 마음을 두기도 한다.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 인적이 드물거나 거의 없는 망한 절터를 찾아다니며 마음의 안식을 찾는 이가 있다.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의 저자 박시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행 에세이는 보통 사진이 많이 들어가고 내용이 가벼운 것들이 많다. 배송 된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의 표지를 보는 순간, '헉!' 소리가 났다. 검은색에 가까운 표지와 수록된 어두운 사진들, 소설집 분량 정도의 글이 내 마음을 가라앉게 했다. 에세이집을 왜 이리 무거운 이미지로 처리했을까,라는 의문은 얽히고설켜 세상의 굴레와 번잡함이 싫어진 저자가 세상 밖으로의 도피를 절실하게 원했던(p. 29) 의도된 장치일 거라는 해답에 이르렀다.
이 책은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옛 절터에서 머문 시간의 기록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 몇 번이고 찾게 되는 고성 건봉사 터를 시작으로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경남 울산 부산까지 폐사지를 떠돌았다. 폐사지에서 만난 탑 하나, 절터 하나에 우리 민족의 수난과 전쟁을 기억하고 가슴 아파한다.
저자가 머물렀던 동일한 곳을 간다 한들 저자가 느꼈던 감정의 결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처럼. 그 책을 읽은 후 같은 곳을 방문했을 때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느끼긴 힘들었다. 대신 어디를 가던 그곳의 역사 유적지를 조금 더 주의해서 살펴보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잊히고 사라진 흔적들에 대해서도 쉽게 여기지 않고 깊이 천착했던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