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인간
백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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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부의 사람들은 죽지 않는 영생 불사를 원한다. 그들의 원대한 꿈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죽지 않는 인간의 염원을 성취했다. <죽지 않는 인간>2050년 죽음이 완전히 정복된 시대가 배경이다.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 집단인 OHC(Old Human Culture), 인간과 기계의 결합 형태인 1호형 인간(빨간빛의 센서가 달리는 나노봇 수술로 뇌를 제외한 모든 장기를 인공 기계 장치로 교체해서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인류), 인조인간인 2호형 인간의 세 계급으로 나뉘어 살아간다. 2호형은 검은빛 센서가 달린 일명 깡통 기계로 이들은 인간을 보필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만 일부 느낄 수 있다.

 

화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영천과 함께 살고 있는 OHC 이브는 자신의 스무 살 생일이 지나고 곧 있을 1호형 인간으로 수술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데 영천은 이브의 생일날 최신형 2호형 인간인 아담을 선물한다. 이브는 1호형 인간인 학교 선배 동준과 얽히고설킨 감정선을 갖고 있고, 이브의 친구 가을은 인조인간인 아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한다.

영천은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1호형 수술을 권유하는 친구이자 의사인 강진에게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지기 때문이지. 나는 충분히 아름다웠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고 아담에게는 네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라고 두 번이나 말한다. 인조인간인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주인인 이브를 보필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금고를 열게 된 이브는 거짓이 진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책의 작가는 반전 없는 작품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원칙은 할아버지의 죽음을 얼마 남기지 않는 시점부터 하나씩 드러난다. 그 반전이 무엇인지는 독자가 읽어서 직접 확인하시라.

 

개인적으로 나는 영생불사는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신체 장기 중 뇌만 인간인 상태를 과연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또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죽지 않고, 아이들은 계속 태어난다면 지구의 생태 환경은 어떻게 될 것이며,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선택권도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부익부 빈익빈 상태의 심화로 세상은 미쳐 날뛸지도 모른다. 또 자신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도 "1호형 수술을 하면 되지 "라며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동준의 부모님처럼 인간성이 상실된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영천의 말처럼 꽃은 시들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시들기 전에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듯 인간의 삶도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앞에 두고도 영천은, "나는 충분히 아름다웠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게 이런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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