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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평점 :
악플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자 2024년 1월 1일 12시를 기점으로 대통령은 “인터넷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라는 대국민 연설을 한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11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증발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여배우 고혜나(29세)의 악플로 인한 자살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결혼을 앞둔 딸을 둔 인천에 사는 52세의 인테리어 업자 김광덕,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27세의 간호조무사 오수정, 경기 부천의 사법고시 1차 합격생 29세 장민환, 경기 분당의 외고 입시 준비 중인 중2(15세) 윤설, 부산의 게임 마니아이며 무직인 32세 박기성, 강원도 원주시의 세 아이 엄마이자 전업주부인 38세 신영자는 다른 5명과 함께 낯선 곳에서 눈을 뜬다.
그들 앞에 할로윈 토끼 마스크를 쓴 남자가 나타나 이곳은 ‘온라인 범죄 행위자 교정 수용소’ 즉, ‘악플러 수용소’라고 말해준다. 그들의 옆으로 방금 전 죽임 당한 시신 한 구가 마치 쓰레기인 양 끌려 나가고 늙은 청소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복도에 길게 난 핏자국을 대걸레로 지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은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총 100일간의 수용 생활에 대한 룰은, 상호평가 공감지수를 가장 많이 받은 수감자는 ‘레드볼’을 획득하고 수용소 측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의 ‘퇴소 조건’중 한 가지와 맞바꿔 조기 퇴소가 가능하다는 것과 반대로 평가가 원만하지 못한 수감자는 즉결 처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수감 5일차, 수용소는 수감자 전원을 운동장으로 집결시켰다. 수용소 건물 꼭대기에는 녹이 슨 철재 간판 네 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L.O.V.E.의 네 철자가 걸려 있었다. 탈출을 감행하다 15,000볼트의 고전압 철조망에 감전사한 사람들의 시신 앞에 나머지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이제 그들의 희망은 레드볼을 받아 빨리 이곳에서 나가는 것 외엔 없다.
작가는 고혜나의 사망 1년 전부터 시작해서 사망 1개월까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악플에 시달렸는지와 수감자들 사이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수용 상황의 변화 등을 크로스 해서 보여준다. 첫 번째 당첨자인 박기성부터 시작해서 오수정, 장민환, 신영자, 김광덕이 레드볼을 받아 출소하고 마지막으로 윤설까지 퇴소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가혹한 운명뿐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가혹은 운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수용소 소장은 악플러 소탕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하는데 고혜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이 부분은 스포가 되기 때문에 패스.
L.O.V.E.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말이다.
라샤떼 오녜 스페란자 보이 낀뜨(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여기에 들어온 자여, 희망은 버려라.’
소장은 진짜 고혜나를 죽음으로 몬 악플러는 따로 있다고 부하인 신과장한테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악플러에서 그리 먼 거리에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