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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제목이 모든 걸 말하는 책이 있다. 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동시영 지음, 이담북스 출판)가 바로 그러한 책이다. 제목을 보고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여행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대로 이 책은 작품 속의 장소 및 작가가 해당 작품을 썼거나 머물렀던 장소를 직접 여행하며 느낀 감상과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첫 장부터 좋아하는 <폭풍의 언덕> 속의 장소, 브론테 가족들이 들렀던 곳 등이 소개되어 너무 기뻤다. 작가와 함께 그 장소에 간 듯 꼼꼼히 읽느라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은 건 아끼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탄생한 영국 하워스.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의 삶이 불쌍하기도 했다.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이른 나이에 잃고 평생을 얼마나 마음 아프게 살았을까,에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첫 장이 너무 눈길을 끌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감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 환경은 그들의 삶에 때론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P. 23)’는 말처럼 문학 작품 곳곳에 그런 흔적들이 녹아있다는 걸 저자는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이 책의 문학 기행은 영국,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러시아, 타히티, 모로코, 중국을 거쳐 일본까지 이른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부분이 제일 읽기 어려웠다. 중국 작품들을 접한 경험치가 없어서인 것 같다.
이 책은 시인답게 문장 곳곳에 시적 묘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중세의 건축물들과 그것들이 놓인 공간에 대한 탐색을 ‘시간 너머의 시간을 만지게 하는 순간(p. 104)이라고 표현한 것과 ‘사는 건 지상의 모든 길로 가는 커다란 길(p.154)’이라는 표현도 좋았다. 시인인 저자의 시도 상황에 맞게 실려 있어서 시인이 사물을 보는 시각도 알게 되었다.
엄청난 문학 여행을 했기에 저자를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던 어느 순간, 저자가 남자임을 의심했고, 검색을 통해 여자임을 확인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아직도 남녀를 구분 짓는 옛것의 잣대를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작가를 따라 세계 여행을 한 것 같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만큼 생동감 있게 장소에 대한 묘사와 설명이 적절했다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했다. 저자의 박식함과 많은 문학작품들을 접했던 흔적들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당 여행지의 지도(가능한 동선이 표현되면 더 좋겠고)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것과 첨부된 사진들이 좀 더 컸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