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
신민정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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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부부가 많이 싸우는 이유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나 생각,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를 길들이려고 하는 우스운 행동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부부간에도 그러할진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죽하랴.

 

부부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 하기 때문에 많이 참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납하려 한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굳이 불편함과 갈등, 미움과 원망을 참으면서까지 매일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른세 살 직장인, 회사 대신 절에 갔습니다(신민정 지음, 북로그컴퍼니 출판)의 저자도 그런 대인관계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잠에서 깨었을 때 숨쉬기가 힘들어지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떠났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p. 15).’

 

이 책은 심리학 교수의 추천으로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보고 다독일 수 있는 절을 소개 받아 불자도 아닌 저자가 100일 동안 절에서 생활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기록을 담고 있다. 매일 자신의 감정과 생각, 느낌을 마주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 아무 것도 걸릴 것이 없다는 것. 이 순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과거도, 불안케 하는 미래도 모두 존재하지 않는 헛된 망상이라는 것.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다면 편안한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적막 속에서도 외롭지 않고 충만한 내가 있을 뿐이다(p. 207).’

 

모든 걸 차치하고라도 일상을 내려놓고 절에 들어가 꼬박꼬박 매일의 기록을 남긴 것만으로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다행인 것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멈춰 섰던 저자가 어둠 후의 더없이 찬란한 빛을 발견하고 시절인연을 거쳐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화양연화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절을 교회로, 108배를 기도로, 묘법연화경 읽기를 성경읽기로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으로서 나의 삶의 자세를 다잡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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