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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그래픽노블
머라이어 마스든 지음, 브레나 섬러 그림, 황세림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초록 들판에 서 있는 빨강 머리 소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소녀는 흥겨운 듯 양 팔을 가볍게 벌리고 있다. 빨강 머리 앤(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위즈덤하우스 출판)의 표지는 앤의 자유로운 영혼을 잘 드러낸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 기법으로 머라이어 마스든이 각색을 하고 브레나 섬러가 그림을 그렸다.
깡마르고 볼품없고 주근깨투성이의 고아 소녀 빨강 머리 앤은 사고치는 데 선수다. 시도 때도 없이 상상의 나래 속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 고아 소녀가 매슈와 마릴라 남매가 살고 있는 초록지붕 집으로 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소에 어떻게든 여자를 피하는 성격의 매슈가 앤의 크리스마스 발표회에 입을 옷을 사러가서 가게 주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옷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필요도 없는 정원용 갈퀴와 흙설탕을 사오는 장면(p. 170-171)과 앤을 발표회에 보내려는 매슈의 노력은(p. 130-131) 웃음을 자아낸다. 섬러는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잘 드러내는 데 이 두 장면도 마찬가지로 표정의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빨강 머리 앤을 보고 있으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앤의 꾸밈없고 진실하며 작은 것 하나까지 사랑하는 마음, 뛰어난 상상력, 같은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노력 등은 주위의 사람들이 앤을 사랑하게끔 만드는 묘약이다. 엄격하고 무뚝뚝하며 깐깐한 마릴라마저도 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앤의 영혼의 친구 다이애나와 나누는 우정과 흠뻑 취하게 만드는 자연, 낭만적인 모든 요소들을 뛰어난 문장으로 승화시킨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은 그래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비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