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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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간색과 연보라(혹은 파란)색이 얼기설기 엮인, 어찌 보면 혈관을 생각나게 하는 표지부터 제목까지 강렬한 파멸일기(윤자영 지음, 몽실북스 출판)는 독자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 책은 표지와 제목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충분히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촘촘히 짜인 사건과 좋은 가독성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의 약력에서 보듯 학교 교육 현장이 생생하게 그려져 몰입을 돕는다.

 

단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승민은 중학교 때부터 공승민에게 학교 폭력을 당해왔다. 집에서는 강압적인 군인 아버지의 규율 때문에, 학교에서는 공승민의 폭행으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고 자살 충동까지 생긴 이승민은 같은 반 신그린을 몰래 보며 위안을 삼는다.

어느 날 신그린이 공승민의 여자 친구가 되어 있는 걸 알게 되자 이승민은 공승민을 죽이고 싶어진다.

 

이승민은 비뚤어진 사랑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이용해 공승민을 제거하고 아버지는 감옥에 보내려는 시나리오를 짜고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한다. 절망 일기를 쓰고, 공승민에게 당하는 증거 영상을 수집하고, 자살 시도를 한다. 처음에는 이승민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한 사건은 상상외로 전개된다. 동료 교사인 송나영을 짝사랑하는 남용성은 송나영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그녀의 일기를 통해 공승민을 사랑한 걸 알게 되고 질투에 눈이 멀어 공승민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송나영의 일기는 남용성을 파멸로 이끈 일기가 되고 만다.

 

이승민은 결국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놈은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어지자 진짜 자살을 시도한다. 희망을 품고 쓴 절망 일기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었다. 파멸 일기를 쓴 것이다(p. 321).

같은 이름 다른 인생, 다른 일기 같은 결말의 큰 그림이 완성 된 것이다.

 

공승민의 집요하고 소름끼치는 악마적 괴롭힘의 행동이 학교 폭력의 위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이승민의 살인 계획도 고등학생이라 보기에 지나치게 잔혹하게 느껴졌다. 남용성의 변태 성욕도, 학생이 살인을 당했는데도 성적을 먼저 생각하는 학교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언제부터인가 가정과 학교가 아이들의 안전지대가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작가의 말처럼 희망의 학교가 절망의 학교로 느껴지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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