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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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작가님은 이름을 처음 보는 작가인데, 전에 다른 작품을 여럿 내셨더라구요. 글을 깔끔하게 쓰셔서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깊은 밤에서 미지의 새벽으로 나아가는 나만의 하늘빛, ‘챌린지 블루’

바림. 사전적 의미는 색깔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로 비슷한 말은 그러데이션이다. 너울, 여울, 해미, 우금, 수는 강이나 바다, 물과 연관된 이름이다. 7일을 뜻하는 이레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의미한다. 물은 계곡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다가 나무뿌리에 흡수될 수도 있고 동물들이 마실 수도 있고 구름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인물들의 이름을 조합해 보면, 우리의 삶 역시 물처럼 자신이 어느 곳에 다다를지 알지 못하고, 특정한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그러데이션처럼 다양하게 변하리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모 여울과 우금의 서사에서도 여울은 결혼 직전에 도망치듯 다른 나라로 떠났고 그 과정에서 갈등했고 고민했고 후회했다. 그리고 강물에 떨어진 낙엽이 물길에 몸을 맡기듯,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조용히 각자의 삶을 내맡겼던 두 사람은 진짜 인연이고 운명인 것처럼 다시 만났고 그간의 시간을 받아들였다.

수는 바림에게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하늘빛’의 이름을 ‘챌린지 블루’라고 이야기하면서 “이왕 만들려면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으로 조금 더 힘찬 푸른색이 낫지 않을까.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더 다양한 색이 있는 게 좋잖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림에게 “나는 앞으로도 쭉 너를 기다릴 거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곳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라고 말한다.

바림은 해미와 이레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사실 그들도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고민하고 도전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학업, 꿈,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상처받은 ‘우리’에게

《페인트》 이희영 작가가 보내는 치유와 응원의 메시지

바림은 수가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하늘빛’의 새로운 이름으로 ‘챌린지 블루’를 이야기했을 때, 미간을 찌푸린다. 도전이나 성취 같은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178쪽) 빙판길에 미끄러져 손을 다친 바람은 사실 자신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닥이 미끄러운 슬리퍼를 신고 나갔고, 넘어질 때도 일부러 오른손으로 땅을 짚었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성인이 겪는 월요병이나 아이들이 겪는 새 학기 증후군만 보아도 바림의 행동을 자해라고 나무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행복한 미래’라는 당근과 ‘능력, 시험, 경쟁’이라는 채찍에 휘둘려 ‘도전, 성취’를 향해 달리는 경주마 같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역설적으로 바림이 어떤 역경을 이겨 내고 성취하는 모습으로 결론짓지 않았다.

도전이라 해서 꼭 전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끔은 제 자리에 멈춰 서는 것 역시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이다. 똑같은 하늘이라 해도, 밤과 새벽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듯. 세상 모든 도전에는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고,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도전이다. 바림은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문장이 클리셰로 읽힐 수 있다. 다른 예를 들면, 우리는 안으로는 덕을 쌓고 밖으로는 사물의 이치를 공부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군자(君子)’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군자가 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추천사에서도 김민령은 “요컨대 멈춰 서야만 만날 수 있는 세계가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십 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적었다. 《챌린지 블루》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면 목표를 성취하려는 도전뿐만 아니라 현재를 돌아볼 용기를 내는 도전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말한다.


출판사 서평을 긁어왔습니다.

미대에 진학하려는 주인공 '바림'이 이모가 계시는 시골에 가서 어릴 적 추억과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푸른 계열이라 그런지 소설 속 장면도 푸른 물이나 숲을 배경으로 하는 게 많고, 다채로운 푸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세대 별로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의 도전과 입시생 때의 도전, 직장인인 지금의 도전은 모두 다른 의미거든요.

'도전'에 대한 정의, 범위, 마음가짐 모두 시간이 흐르며 달라지는 것 같아요.

10대 때는 '부담'이었는데, 지금의 저는 거창한 것뿐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것들도 도전이라는 범주에 넣게 되었어요.

그리고 미술을 공부하지 않아서 색깔 영문명이 엄청나게 다양하다는 것 정도만 아는데, 한자 단어 뜻풀이에 의미를 담듯 영어 색깔 이름도 뜻을 골똘히 생각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바림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한국 사회는 실패에 아주 가차 없습니다.

한 번의 실패 혹은 실수로 도미노처럼 모든 게 미뤄지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타임라인을 달리한다는 건 크게 튀는 모습이거든요.

얼마 전에 교학공에서 '젊어지는 샘물을 먹는다면 언제로 돌아갈 거냐?'라는 질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지금의 저에 만족하기 때문에, 그리고 돌아가봤자 그때의 내가 한 선택 이상의 선택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가끔씩 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장면 장면 하긴하지만, 실제로 불가능하기에 미련도 없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그때의 제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기 때문에 굳이 후회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잘못되었다는 건 지나고 나서 맥락으로 알 수 있는 거지, 그때의 나는 그때 주어진 정보로 할 만큼 했습니다. 자주 자신을 탓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이만큼의 자비가 있었으면 합니다.




도전이라 해서 꼭 전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끔은 제 자리에 멈춰서는 것역시 또 다른 의미의 도전이다.


누구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삶이 어떤 색으로 물들고 있는지를...


내 삶을 한 가지 색깔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기제겠지만, 자기 손에 쥐어진 자신의 삶이 물드는 색도 모르고 사는 게... 우리가 다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책 속에는 여울, 너울 자매의 관계성과 각자의 삶, 바림과 이레의 우정, 바림과 해미의 우정 등 다양한 내용이 얽혀 있습니다. 바림이 한 명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등장인물들 다 서사와 캐릭터가 있습니다.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결말에서.... 뻐렁치는.. 그러다 갑자기 벅차오르는 오타쿠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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