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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와 레앙드르 ㅣ 기린과 달팽이
알렉스 쿠소 지음, 자니크 코트 그림, 윤경희 옮김 / 창비교육 / 2021년 8월
평점 :

친구, 만남을 꿈꾸는 문어 올리브와 곰 레앙드르가 길을 떠나고,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를 만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다.
바닷 속 모습을 상상력 있게 표현한 그림이 인상적이었고, 각 주인공의 색감도 독특했다.
책을 읽으면서 올리브나 레앙드르 둘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지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북쪽과 남쪽 끝에서 길을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게 보통 여정이 아닐 텐데. 서로를 위해서 그 귀찮음과 고생을 아무렇지 않게 감내하는 것이 대단했다.
'내가 갈게'라는 말, 처음에는 선뜻할 수 있지만 여러번 반복하는 건 분명히 성가신 일이다.
나라면 아 내가 갈 건데 왜 자기가 움직인 거야. 눈에 띄게 중간쯤 어디에서 기다리지 왜 그러는 거야. 하고 짜증 한번 났을 텐데..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멋있었다.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표현되진 않았지만 긴 이동 동안 여러 어려움과 두려움이 있었을 거다.
미지의 바닷속 모습과 위험을 줄글로 길게 풀어내 조금 긴 동화책이 되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 캐릭터의 터전 그림 묘사를 보면서 올리브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겠구나, 레앙드르는 쉬는 시간에 무얼 하겠구나 하고
캐릭터 해석하며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양 극에 살던 둘이 반대편 극으로 이동하는 동안 수온이 달라져 힘들었을 텐데..
시원한 데 살던 녀석들이 적도에서 만난다고?!?!? 위험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용기, 열정,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렸을 때의 나에겐 무엇보다 쉬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참 어려워진.
마음 쏟을 상대를 찾고, 물리적으로 노력하고, 껴안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긴 거리를 이동하며 겪는 위험, 체력방전보다 아쒸 내가 확신 없는 길을 또 가야한다니.. 라는 자각이 제일 힘들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도... 올리브와 레앙드르의 이야기는 짧은 그림책에 정리될 만큼 간단하지만,
사실은 나이 들어갈수록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자기 내면의 한계를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란 걸 알게 되겠지?
그걸 모를 때
최대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보고,
더없이 마음을 기울여보고,
터무니없는 보상에 실망해보길...
거절당하고 후회해도, 최선을 다했다는 그 사실은 내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는다.
지금 나도 어리고 젊은 나이지만, 갈수록 두려움만 커질 것 같다.
타인을 위해 줄 마음도 시간도 체력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용기'가 가장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