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장래 희망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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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이 뭘까요? 어떤 장래 희망을 가져야 할까요?"

어린이를 위한 진짜 장래 희망 안내서

『아홉 살 마음 사전』으로 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성우 시인이 어린이를 위한 장래 희망 안내서를 선보인다. 현재를 살아가는 초등학생 중에는 멋진 장래 희망을 간직한 어린이도 있지만 장래 희망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머뭇거리며 답을 하지 못하는 어린이가 많다. 장래 희망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장래 희망을 가져야 하는지 몰라서다. 어린이들은 장래 희망을 고민할 때 운동선수, 요리사, 대통령, 과학자, 가수, 소방관, 우주 비행사 등 여러 가지 직업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직업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며, 장래 희망이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데 그칠 이유는 없다. 그래서 저자인 박성우 시인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 ‘별을 보러 다니는 사람’ ‘취미가 여러 가지인 사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 ‘운전을 잘하는 사람’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는 사람’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장래 희망으로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장래 희망은 직업이 아니므로 여러 가지 장래 희망을 동시에 꿈꿀 수 있다. 어린이들은 『열두 살 장래 희망』을 통해 장래 희망이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장래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색다르고 다양한 장래 희망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본다면, 그러한 삶의 모습에 어울리는 직업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로 고민의 진정한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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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빤딱빤딱하고 질 좋은 책이란 인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제목을 보고 나는 열두살 때 무엇을 꿈꾸었나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의 나는 화가, 연예인, 선생님, 의사, 은행원 등을 꿈꾸었다. 누군가가 꿈이나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직업에 한정해서 대답을 했다.

이 책처럼 ~한 사람, ~한 인생이란 생각은 중고등학생쯤 되어서 나의 미래나 추구하는 가치는 직업에 담을 수 없다,,는 패기와 함께 생각했고.


초등학교 때 읽었던 장래희망 관련 책들은 전부 어떠한 직업군을 소개하고, 각 직업은 무슨 일을 하는지, 성별 고정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제공되었다.

간호사=여자, 소방관=남자 등...

하지만 '열두살 장래희망'에는 각 소제목과 어울리는 자유롭고 직관적인 일러스트가 정말 인상깊었다. 잘 우는 사람에 남자 아이를, 물건을 잘 고치는 사람에 여자 아이를 그리는 등 성별에 한정되지 않도록 신경 쓴 게 티가 났다.

그리고 단순히 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노동 가능 연령(정년퇴임 전/경력단절 전 젊은 나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되어서도 ~한 사람이란 가치를 지키고 살았을 때의 모습 또한 표현한 것도 인상깊었다. 좋은 책 ㅜㅜ!


나는 초등학생 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얼마 전에 본가에 가서 나와 동생이 어린 시절에 쓴 일기를 보았는데 그때의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고,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본 20대 여자 주인공들의 삶이 나에게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랬다.


교사가 된 내가 장래희망을 다룬 책을 보면서 나도 이러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가장 먼저 꼽은 유형이 있는데, 바로



반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서도 어린이에게 반말을 하지 말자 라고 여러번 생각했으나 실천이 안되는 것이 정말 팩트...

오히려 청소년, 대학생들한테는 말을 못놓겠는데 어린이들에게는 왜 자꾸 반말이 나오는 걸까?

올해도 아무에게나 반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노력해야지.




기억에 남았던 일러스트들을 찍어 보았다.

그림들이 너무 예쁘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데, 어린이의 마음이라는 게 많은 어른들의 코끝을 찡하게 하는 단어 같아서 깔끔하게 책을 탁 덮지 못했다.

어린이 시절의 나는 다음 날 있을 학교의 작은 이벤트(예를 들어 할로윈 전날에는 설레서 잠도 못잤다)를 무지 기대하고, 아침에도 눈이 번쩍 떠지곤 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운동회나 학예회를 한다치면 아.. 일이구나... 사고날까봐 걱정하고 신경써야겠구나 라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자각할 때마다 타락한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슬퍼지곤 하는데, 그래도 매번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장소에서는 신나고 들뜨는 걸 보면 그냥 한국의 직장인들이 새로운 자극없이 틀에 박힌 일상만 반복하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닐지..(개인의 문제라는 뜻 아님!)

모두에게 새로운 자극, 신나는 감정이 드는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면 좋을 텐데. 라는 상상이 이어졌다.



지금 내 주변에 이 책을 따로 선물하거나 함께 읽을 초등학생 친구가 없어서 아쉽지만,

인연이 닿아 알게 되는 어린이가 있다면 꼭 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떤 장래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대상은 없지만 너무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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