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좋아하는 은유 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도 인상 깊게 읽었고, 문제의식을 강하게 주는 책이었는데, 이번 '있지만 없는 아이들'도 '이거 진짜 문제다.' '해결해야 한다' 라는 의식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평등과 인권에 예민하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그 중 가장 낮은 관심을 보였던 것이 난민이었다.

몇년전까지는 난민을 수용하는 걸 반대하기까지 했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고, 내가 몰랐던 난민 문제 등을 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미등록 이주 아동의 어려움과 주변에 있는 조력자들의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만 내려놓고 본다면 여느 평범한 한국 청소년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특히 달리아 파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를 너무 잘 짓기도 했고, 평소에 지내는 모습이 그냥 건너건너 몇 번 본 먼 친척 동생 같달까. 그정도로 평범하고 익숙하고, '다름'이라는 감각을 느끼기 어려웠다.


고등학생 때 진해 군항제 백일장인가에서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시를 써서 상을 탄 적 있다.

얼마전 집에 가서 그 시를 다시 읽었는데 너무 불행 포르노에다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함부로 글을 썼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쯤에는 여러 노동자, 소수자 등을 담은 시를 많이 썼는데 많이 이기적이고 몰이해가 심했다고 생각한다. 반성...


자주 일기에 썼던 내용이지만, 인간에게는 네트워크 되어 있다는 감각,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회의 일부분이며 구성원이라는 게 얼마나 큰 안도감을 주는지, 사소하게는 학교 및 회사 등 제도권 바깥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여기 글에 다뤄진 미등록 아동까지, 우리 사회가 관심 갖고 노력해야할 부분이 갈수록 더 드러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개인에 대한 전산처리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나의 정보를 한 군데서 모아 볼 수 있고, 휴대폰 번호나 주민등록번호로 대부분의 행정처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번호를 부여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은행 거래부터 시작해서 여러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게 몇년에 걸쳐 누적되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이자 정신적 고통일 것이다.

나는 종종 내 성씨를 오해 받곤 하는데, 목록에서 내 이름을 찾다가 없을 때만 해도 기분이 약간 이상해진다. 내가 여기에 소속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아찔함+ 오류라는 안도감 등등으로..


유튜브로 미등록 아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도 쭉 자란, 말도 사고방식도 너무나 한국인인 아동들이 성인이 된 기점으로 부모의 나라로 강제로 돌아가게 되는 것,

그곳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고 그곳의 말도 낯선 것, 내가 원하기보단 할 수 있는 직업만 선택할 수 있는 것 등등...

그냥 깜깜했다.

만약 내가 아시아의 어느 나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한국의 문화를 그대로 체화한 내가 별안간 다른 나라에 뚝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아동 인터뷰 곳곳의 유머가 너무나 한국패치라서 이런 농담을 할 정도면 이게 한국인이지 누가 한국인일까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주아동이나 다문화가정이 손에 꼽게 있었는데 지금은 보다 보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존재다.

나도 학교 현장에서 얼마든지 이런 아동을 마주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준 선생님들 사례를 보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했다.


이런저런 사소한 귀찮음은 있어도(이를 하나하나 고쳐나가며 발전하길), 존재 자체를 지우는 대우만은 진심으로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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