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심리 소설은 언제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내용과 책을 손에서 놓치 않게 만드는 중독성이 아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스릴러 소설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또 효과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는 단연컨대 북폴리오라고 생각한다. 이런 북폴리오에서 또다시 흥미로운 소설을 내놨다. 바로 <마쉬왕의 딸>이 그것이다.
책의 표지와 뒷면을 살짝 훑어봐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내용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소녀를 납치해 14년 동안 감금한 악명 높은 범죄자. 아동 유괴, 강간 및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 그 범죄자가 두 명의 교도관을 죽이고 탈출했다. 그런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아버지이다. 내가 극도로 사랑하고, 내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를 죽여야 한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보면 여자는 피해자, 범인이자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남자라는 뻔한 클리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쉬왕의 딸>의 작가인 카렌 디온느는 과감히 그런 레파토리를 벗어 던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헬레나는 아버지와의 사투에서 승리하고, 무력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자신의 배우자와 두 딸을 지켜낸다. 아버지와 딸의 사투라는 면에서 볼 때, 작가는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던 가족 간의 위계질서도 과감히 깨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본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과, 안데르센의 동화 <마쉬왕의 딸>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먼저 앞 세대와 뒷 세대의 권력 교체를 말하는 융의 말은 책의 내용과 맞물려 더욱 흥미를 끌었다. 범죄자 아버지가 딸 헬레나에게 권력을 넘겨준다고 생각하니, 왜 작가가 굳이 융의 말을 언급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용으로는 우리에게 유명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가 있다. 안데르센은 <인어 공주>, <미운 오리 새끼> 등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동화작가이다. 예전에 대학에서 동화와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 원작 동화인 <마쉬왕의 딸>을 배운 적이 있다. 책에서 인용한 부분은 극히 앞부분이고 그 후 공주와 늪지대를 다스리는 왕 사이에서 생긴 딸이 동화를 이끌어 나간다. 평소 잘 알려져 있던 안데르센의 동화와 달리 암울하고, 우울한 내용의 동화라서 그리 즐겁게 배우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동화를 오마주해서 이런 소설을 쓴 작가가 놀랍기만 하다.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 헬레나의 속마음을 보며 책을 읽게 된다. 독자들은 헬레나 마음의 충분히 공감하고, 동화되며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재부터 굉장히 흥미롭고, 또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또한 눈을 뗄 수 없으니,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