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어떤 누군가가 끔찍하게 싫을 때, 그 사람이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를 괴롭히는 직장 상사나 친하지 않은 먼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그 사람이 먼 타인이 아닌 아주 가까운 관계의 사람이라면? 평생을 서로만 바라보기로 약속하고, 둘 사이에서 아이도 낳은 부부 관계라면?

 일본의 프리 저널리스트로 활동중인 고바야시 미키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을 명쾌하게 풀어낸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바로 지난 6월 30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인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사회에서는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남편,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아내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더이상 맞벌이 부부는 남들의 얘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가정일에 부담해야 되는 부분은 크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여성이 아이를 돌보고, 일까지 해야하는 '슈퍼우먼'이기를 강요받고 있다. 가정에서 남편이 부담하는 부분은 큰 변화가 없으나, 여성이 부담하는 부분이 현저히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들의 생각이 크게 변화했는가?


"육아휴직? 그럼 당신이 먹여 살릴 거야?"
"아이랑 놀기만 하고 좋겠네."
"나만큼만 벌어 오면 집안일 할게."


이런 상황에서 몇십년을 참고 살아온 아내들이 폭발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고바야시 미키는 이런 상황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회사원, 전업주부, 간호사,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 속에 드러난다. 실제 현실 속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과는 다른 종류의 충격을 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모두 같다.

"차라리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힘들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러나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회는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부부 둘이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맞벌이를 하는 사회에서, 과연 여성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 혼자 그럭저럭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남아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은? 이런 분위기가 결국 여성이 남편이 차라리 죽어버려, 보험금이나 나오는 상황이 되기를 바라게 만드는 것이다.

 1장에서 3장까지는 아내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도록 만든 남편들의 문제점이 차례대로 나온다. 4장에서는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그래도 남아있는 작은 희망 한조각을 언급하고 끝난다.

 

 

 책의 앞부분에는 2-30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후반부에는 중년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단순히 젊은 여성들이 중년 여성들과 다른 사회에서 교육을 받고 생각이 달라졌기에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황혼이혼'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고바야시 미키는 단지 뜬 구름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드러나는 수치를 보여주면서, 근거에 타당성을 얻는다. 적나라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이러한 수치는 마음에 괜한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각 장 맨 앞에 그려져있는 아기자기한 삽화는 이러한 내용과 대비되면서 더 큰 아이러니를 불러온다.

 

 

 여성들의 문제에 무지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다소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일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라고 해서, 한국과는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바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옆 날개에 적힌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부제목이 그리 가볍게 넘겨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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