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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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라는 한 여자 아이가 있다. 그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소중했던 친구 재준이가 있다. 아니, 있었다. 재준이는 갑자기 잘 타지도 못하는 오토바이를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 새벽 갑자기 죽었다. 갑자기. 친구를 잃었다는 걸 실감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길 두 달. 어느 날 재준의 어머니가 연락해 온다. 재준이의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대신 읽어 달라는 거였다. 그 일기장 첫 머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재준이는 자살인가? 왜 죽은 걸까? 왜 일기장에 이런 문장을 쓴 걸까? 청소년 소설이 지금처럼 자리 잡기도 전인 2004년, 작가 이경혜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썼다. 그리고 딱 20년이 지났다. 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에서는 새로운 표지를 공개했다.

이 책은 나에게도 의미가 깊은 책이다. 딱 유미와 재준이의 나이였던 중학생 시절에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5년이 지나고 30대가 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유미와 재준이 보다는 글을 쓸 당시 작가에 더 가까운 나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다시 읽고 깨달았다. 이 책이 내 남은 학창 시절에, 그리고 여태까지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단걸.

앞서 언급했듯이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2004년 처음 출간된 후 여러 번 옷을 갈아입었다. 내가 가장 처음 만난 표지는 초판본이다. 하얀 벚꽃잎이 흩뿌려진 바닥 위에 유미가 재준이에게 선물한 파란색 일기장. 20년 전에 만들어진 표지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어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50쇄 기념 표지, 성인용 표지, 가장 마지막이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표지이다. 이번 표지에서는 처음으로 유미와 재준이가 등장했다. 소설 속 유미와 재준이의 모습을 막연히 상상만 했는데, 이렇게 일러스트로 마주하니 유미가 얼마나 쓸쓸해 보이는지, 재준이가 얼마나 어렸는지 새삼 실감이 난다.

이 책을 읽었던 건 재준이와 유미의 나이대였던 중학생 시절이다. 읽을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삼십 대가 되어 다시 읽으니 이 책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지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자신도 있다. 그럼에도 꿋꿋이 타겠다고 한다면 인연을 끊을 거다. 물론 이렇게 오토바이를 싫어하게 된 게 모두 이 소설 탓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읽을 당시 유미에게 엄청 감정 이입을 했던 나에게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았을리 없다. 재준이가 정말 미웠다. 재준이가 오토바이를 타게된 원인인 소희도 정말 미웠다. 유미는 재준이도 소희도 모두 용서했지만 어린 시절 나는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그저 너무 어린 시절에 떠난 재준이가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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