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에게 조명을 비춰 주려는 시도는 늘 존재했다. 가장 유명한 건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젊은 작가 시리즈일 것이다. 다산북스의 임프린트인 다산책방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오늘의 젊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 차현지의 『트랙을 도는 여자들』이다. 나름 한국 여성 작가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차현지’라는 작가는 처음 만나보는 사람이다. 차현지는 201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이 당선되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원조 교제에 대한 얘기가 담겨 있는 이 소설이 데뷔작이었다니 작가의 역량이 정말 놀랍다. 오히려 그 이후에 창작된 소설들에서는 그런 강렬함이 줄었지만 대신 작가로서의 노련함이 늘어났다. 총 10편의 단편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미치거나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여성들의 연대기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있다. 근래 한국 문학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동이 굉장히 도드라진다.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마음 한 편에는 아쉬움도 존재했다. 너무 비슷한 여성들의 얘기가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차현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깨달았다. 차현지의 소설 속에서 나오는 여성들은 나아감을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해피엔드를 위해서 현실에서 유리된 결말을 맺지 않고 현실 그대로를 보여준단 느낌을 받았다. 여성들이 연대하기 위해선 비슷한 처지에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 것. 그게 먼저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녹색극장」이다. 녹색극장이 있었던 신촌에서 다수의 남자친구들과 쌓아왔던 추억들을 굉장히 덤덤한 어투로 풀어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소설을 쓰는 내내 ‘내 속마음을 쓴 거 같다.’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위 이야기는 전부 실화이며, 이 글에 등장하는 너는 다수의 인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기억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문장에 내 지난 삶 또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작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앞으로 이 작가를 더욱 알아가고 싶다. 더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