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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 대공황의 판자촌에서IS의 출현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H 카아가 "역사란 현대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했다.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최근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굉장히 반갑다.
그러나 중요하다고 해서 재미있으라는 법은 없다. 사실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어렵고 지루한 경우가 많다. 역사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미래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러던 중 다산초당에서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라는 책이다. 세계사에 대한 101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건 알겠는데 무려 '흑역사'라고 한다. 강 건너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나 자신의 흑역사가 아니면 즐겁게 구경할 수 있지 않은가. 세계사를 흑역사로 풀어내다니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가 됐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고대~근대 편과 현대 편으로 나뉜다. 한 권당 101가지의 흑역사가 수록된 게 아니고 고대~근대 편에 50개, 현대 편에 51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특히 시간 순서대로, 그중에서도 같이 엮일 수 있는 이야기를 배치해놔서 흐름에 맞춰서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머리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 꼼꼼하게 읽는데 현대 편에는 머리말이 없고 꼬리말만 있었다. 대신 고대~근대 편에는 꼬리말이 생략되어 있다. 아마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되는데 한 권만 소유하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웠다.
흑역사, 검을 흑(黑)을 써서 부끄러운 과거를 이야기할 때 쓰이던 유행어가 이제는 일상 속에 완전히 자리 잡혀 쓰이고 있다. 흑역사라고 하는 건 부끄럽고, 후회되고, 되돌리고 싶은 실수를 말한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흑역사는 어떤 것일까. 단순히 부끄러운 과거만 말하는 게 아니다. 수천수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고,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고, 2021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었던 흑역사다.
흑역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이 자주 따라온다. 이 책도 그렇다. 만약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했다면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단적으로 얘기해서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일본이 급하게 항복을 말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내내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흑역사를 읽을수록 경각심은 더욱 커졌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목표를 이룬 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사를 공부할 때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몇 세기 전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거나 우습거나 멍청해 보일 수 있다고. 그러나 그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게 당연해 보였을 거고 그런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을 거라고.
과거 사람들의 실수에 화가 날 수 있겠지만 이는 우리가 그 행위에 대한 결과를 이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해 보자. 행동에 대한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 때 본인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아직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도 여러 흑역사를 남기고 있을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웃기고 멍청해 보이는 흑역사가 아니라, 원망하고 화가 나는 선택을 거듭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를 비웃지 말고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마음으로 역사를 배우고 같은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인류 문명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 밤도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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