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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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산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소재인가. 긴 역사에서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류에겐 불멸의 삶이란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이곤 했다.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는 소설, 혹은 영화 등으로 자주 창작되고 있는데 여기 그러한 책이 있다. 바로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이다. 저자 매트 헤이그(Matt Haig)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이다. 2015년에 출간한 <살아야 할 이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어른과 어린이가 뽑은 뛰어난 동화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인 영국 '블루 피터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평단과 독자 양쪽에서 두루 사랑받는 작가인 것이다.
 
 
주인공 에스티엔느, 혹은 톰 해저드는 16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살아있다. 송장 속도가 보통 사람보다 15배나 느린 희귀한 신체 조건 탓에 수세기를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1581년 태어난 그는 셰익스피어가 활약한 엘리자베스 시대의 영국에서부터 재즈가 흘러넘치던 1900년대 초 파리, 스콧 피츠제럴드와 찰리 채플린이 살던 뉴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을 지켜보았고 겪어왔다. 
 
 
수많은 세기를 살아온 주인공은 현재와 과거를 회상을 통해 수없이 건너다닌다. 독자인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부터, 수업 시간에 배웠을 법한 유럽과 미국의 역사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매트 헤이그가 쓴 <시간을 멈추는 법> 속의 영국의 모습은 서술자인 톰의 입장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훨씬 생생하다.
 
 
주인공인 톰 헤저드는 거의 천 년을 살아가는 남자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 왜 '시간을 멈추는 법'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톰이 사랑했던 유일한 여자, 로즈의 말에 담겨져 있다. 남들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가는 톰과는 달리 톰의 주변인들, 즉 부모님, 친구들, 사랑하는 여자까지 짧은 삶을 살아간다. 그것을 알고 있는 로즈는 언젠가 홀로 남게 될 톰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오백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로즈를 그리워하는 톰의 모습은 가슴을 울린다.

늙지 않는 톰때문에 마녀로 몰려 죽임을 당한 톰의 어머니, 그리고 고난을 겪었던 로즈와 그들의 딸 매리언. 톰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그들 곁을 떠난다. 죽어가는 로즈를 찾아간 톰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바로 그들의 딸 매리언 역시 늙지 않는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매리언은 이미 엄마의 곁을 떠난지 오래였다. 톰은 오래 살아달라는 어머니의 유언과, 딸을 찾아달라는 로즈의 유언에 죽지도 못하고 딸을 찾기 시작한다.
 
사실 톰 말고도 긴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러 명이 있다. 이들이 모인 단체가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이고, 그중 최고 수장은 헨드릭이다. 톰보다 훨씬 긴 시간을 살아온 헨드릭 피터센은 톰과 같이 긴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고 한다. 이 단체의 가장 큰 규칙은 바로 이것이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 또한 그들은 사람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8년마다 사는 곳을 옮겨야 한다는 규칙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 교사가 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돌아온 톰 앞에 자꾸 눈에 띠는 한 여자가 있다. 바로 프랑스어 교사인 카미유이다. 과연 톰은 규칙을 깨고 사랑에 빠질 것인가? 잃어버린 딸은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책은 총 다섯 가지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아무도 없던 의자에 한 사람이 앉고, 개 또한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어두웠던 하늘에 달이 뜬다. 남자는 톰 헤저드이고, 개는 톰이 키우는 시바 견인 에이브러햄이다. 이렇게 작은 변화를 찾는 재미 또한 책이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선물일 것이다.

또한 곧 영화화 되는 <시간을 멈추는 법>에서 주인공 역할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기로 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먼저 책을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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