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사이 - 애매 동인 테마 소설집
최미래 외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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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야만, 올무, 이미, 양말, 운명.

《애매한 사이》는 애매 동인 6명이 ‘ㅇㅁ’에 들어갈 각자의 단어를 고르고, 이 단어에서 뻗어나간 글이 담긴 앤솔러지이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도 안 가는 단어들을 인지한 후엔, 이 단어들이 가리키는 한 곳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는 때론 상대방의 입맛을, 두 번의 참사가 일어난 사실을, 알 수 없는 도시 아래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떠나왔고 계속해서 떠나갈 미친 세상에서의 일상적인 소식을, 정말 없어도 괜찮았을지 곱씹는 행위를, 서로를 완전히 저당 잡는 삶을

계속해서 기억해 내는 ‘마음‘이라 이름 붙이고 싶었다. 당신이 써나갈 글 한 쪽 한 쪽을 사랑하는 애매(愛枚) 동인처럼, 글에는 서로를, 혹은 사물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듯, 빈틈없이 환했다❞_115 <파수 破水> 中

기계에 팔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있는데, 청소를 하다 죽은 채로 발견된 노동자가 있는데, 누군가 만든 집에서 고문을 당하며 죽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 도시는 아무 일도 없고, 없을 거라고 알려주고 있을까.

❝그런데 정말 없어도 괜찮았을까? 요즘 나는 시도때도 없이 그해 여름에 쓴 일기를 펼쳐보곤 한다❞_179p <볕과 끝> 中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고 그렇게 닮아갔던 그들,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도 뜨거운 여름 같았던 그들, 불안함에서 안락을 느끼는 그들. 그들의 사랑은 정말 괜찮았을까? 진짜 이런 사랑이 바로 옆에 존재하는 것만 같아서 내 사랑도 아닌데 괜히 걱정했다.

다른데 사랑할 수 있지 않나? 달라서 더 좋지 않나?
다르니까 기억해야 하지 않나? 너무나 다른 우리도 믿을 수 있지 않나?

‘ㅇㅁ’이 들어간 글도 이렇게 다른데.

마음은 참으로 얄팍하고 미묘한 것이라서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이 소설들은 그럼에도 그다음을 기어코 기억하려고 한다. 또, 희미한 곳이든 투명한 곳이든 가보려고 한다. 그렇게 ‘서로를 향한 마음’으로 나아간다.

애매 동인이 표현한 현실과 우리의 삶이 늘 맞닿아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도 함께 애매하게 앞으로 갈 것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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