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단순한 언어죠." 나는 넌더리를 내면서 설명했다. "단순한 언어입니다."...결국은 가난한 아주머니라는 단어입니다. 거기에는 의미도 없고, 형태도 없습니다. 구태여 말하자면 개념적인 기호와 같은 것입니다..."가령 개념적이라는 말을 매일 몇 번씩 되풀이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언젠가는 제 등에 개념적인 모습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개념적이라는 말의 개념적인 기호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로군요." "그런데 개념적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물론 세계의 모든 것은 우스꽝스럽다.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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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름 따윈 언젠가는 사라진다, 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죽음과 함께 이름이 사라져버리는 타입...다음은 오래된 텔레비전처럼 죽은 뒤에도 하얀 광선이 화면 위를 어른어른거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뚝 하고 꺼져버리는 타입...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하나, 죽기전부터 이름이 없어져버린 타입, 즉 가난한 아주머니 같은 타입이 있다.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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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바람이 석간신문을 뿔뿔이 흐트러뜨려 플랫폼 가장자리까지 날려버렸다.
그녀는 눈물에 젖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 애당초 여기는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거든."
그녀가 말하는 장소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암흑의 우주를 계속해서 돌고 있는 이 바위 덩어리를 가리키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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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수 한거야?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했어,모르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 벤치에 앉히고 나도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다리를 앞으로 뻗고, 하얀 구두 끝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화가 나서 그랬나 하고 생각했거든, 응, 왜냐하면 내가 빨리 간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니면 나랑 함께 있는 것이 재미 없었던 거야, 틀림없이, 하지만 재미 없었던 거야, 그렇지? 거짓말이야. 나랑 함께 있어서 즐거울 리가 없어. 네가 정말로 착각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네 마음속에서 그걸 원했기 때문이야."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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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둥에 기댄 채 담배를 끝까지 피웠다.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왠지 기분이 이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멋지게 해냈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아주 작은 무어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어딘지 확실하게 잘못된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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